‘자해 인증샷’ 10대에서 유행 …전문가 “아이들 누울 자리 없기 때문”

cja0917@donga.com2018-07-21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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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소셜미디어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낸 뒤 이를 찍어 올리는 것. 한 소셜미디어에서 ‘자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차마 보기 힘든 사진과 동영상이 1만 건 이상 검색된다.

‘자해 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어머니 A 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좋아지고는 있었지만 SNS나 이런 데 들어가게 되면 또 자극을 받고 이런 생활이 반복됐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손톱으로 손등을 긁는 행동을 하기 시작해 중학교 2학년 때는 칼로 팔뚝에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딸의 초등학교 때 상처를 보고는 단순히 다쳤다고 생각했다가 중학교 때 딸이 칼로 자해하는 걸 알게 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A 씨의 딸은 병원에 입원을 반복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A 씨는 딸이 이 같은 행동을 한 원인에 대해 “SNS에 자꾸 노출이 되지 않나. 거기에 점점 경쟁적으로 심한 자해들이 올라오다 보니까 그걸로 더 학습이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상처 부위도 넓어지고 커지고 깊어지고, 이런 식으로 점점 자해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애들이 그 안(SNS)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혈 자해라는 것도 한다. 혈관에 주사기를 꽂으면 피가 더 많이 나온다. 딸애 말로는 ‘일본 계정 보면 더 심한 것도 많아. 거의 살을 잘라’ 이런 정도로까지 한다더라”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A 씨의 딸은 이 같은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게시물을 보면 충동을 받고, 자신이 더 심하게 해서 친구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A 씨는 말했다.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이날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10대들의 ‘자해 인증’ 현상에 대해 “너무너무 감정적으로 자기가 달아오르고 힘들어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라는 방법을 쓴다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공부만 한 애들. 아니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 애들은 자기 자신을 처벌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런 자해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이 같은 행동을 집단으로 하고 있다며, 모범생 아이들이 모여서 같이 자해를 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죽고 싶은 의도가 없는데 반복적으로 자해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을 엔진으로 비유하면, 제가 5기통 엔진을 단 성인의 뇌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의 엔진은 아직 채 발달하기 전이다. 3개 아니면 4개 정도의 엔진이 막 생기려고 하고 있지만 그 엔진조차도 우리의 감정적인 뇌의 조절을 받지 않고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 그걸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떨어지는 것”이라며 들쑥날쑥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분노의 감정 등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벌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자해를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이 같은 감정과 함께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 SNS의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 더 좋은 게시물’이라고 문화를 만들어 놨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아이들한테는 뭔가 충족이 되는 게 있는 것”이라며 “요즘에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게 더 용기 있다, 더 멋지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이 같은 감정을 겪는 원인에 대해 “아이들이 누울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잘 뛰어놀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책도 보고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놀고 이런 시간이 많아지면 과연 아이들이 자해를 할까”라며 “요즘 보면 애들에게 숙제가 마치 빚 같다. 애들이 빚에 쫓기듯, 채무자한테 시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겪는 각박한 현실로 인한 어려움이 이런 식으로 터져 나온다는 것.

정 교수는 “아이들이 조절할 수 있고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늘려 가면 즐겁게 가지 않을까”라며 학부모를 향해서도 “아이가 스스로를 해친다는 걸 알면 부모님들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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