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백인 학생, 기숙사 휴게실서 잠든 흑인 학생 경찰에 신고

이예리 기자
에디터 이예리 기자|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미국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숙사 공용 휴게실에서 논문을 쓰다 깜빡 잠든 흑인 학생이 경찰에 신고당했습니다. 신고자는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백인 학생이었습니다.

롤라데 시욘볼라(Lolade Siyonbola)씨는 5월 8일 새벽 기숙사 휴게실에서 논문작업을 하다 소파에 앉은 채 잠들었습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휴게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어떤 백인 여학생이 나를 깨우더니 ‘여기서 자면 안 된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도 여기 학생이다’라고 설명했지만 백인 학생은 오히려 “난 경찰을 부를 권리가 있다. 당신은 여기서 자면 안 된다”라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잠시 후인 1시 50분 경 백인 경찰 두 명이 기숙사에 도착해 시욘볼라 씨를 심문했습니다. 시욘볼라 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당시 상황을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으로 공유했습니다. 경찰은 “신고자가 ‘휴게실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며 신고했다”고 말했고, 시욘볼라 씨는 황당함과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현재 라이브 영상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시욘볼라 씨는 경찰들 앞에서 자기 방문을 열어 보이며 기숙사에 사는 학생임을 증명했지만 경찰들은 “당신이 정말 예일대 기숙사 건물에 사는 사람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며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시욘볼라 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신분증을 내밀며 “경찰관님들이 이 건물에 있어도 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네요”라고 가벼운 항의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예일대 학적에 등록된 이름이 약간 다르다는 이유로 잠시 혼란이 빚어졌지만 간신히 오해는 풀렸습니다. 원래 이름의 철자가 복잡하다거나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 더 쉽고 어감이 좋은 또 다른 이름(preferred name)을 정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욘볼라 씨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경찰서에 끌려가는 일 없이 사태가 마무리 됐지만 시욘볼라 씨는 간밤에 겪은 수모를 계속 되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욘볼라 씨가 새벽에 올린 라이브 영상은 48만 번 이상 재생됐고 7500여 명이 공유했으며 1만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네티즌들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인종차별로 해석될 여지가 큰 사건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함께 분노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예일대 사회과학대학원 린 쿨리(Lynn Cooley)학장은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 상호간 존중과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욘볼라 씨는 “많은 분들이 보내 주신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린다. 예일대 흑인 학생 커뮤니티가 정말 큰 지지를 보내 주고 있다. 흑인 학생들이 미국에서 겪는 트라우마는 정말 크다.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모두가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