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집 계란프라이 반찬이 사라졌어요”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려고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 우리 사회 ‘낮은 곳’의 민심을 들여다봤습니다. 》
 
▼ 최저임금 인상 전 vs 후 ▼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월급이 8만2000원 올랐어요. 학비와 생활비 모두 제가 벌어서 충당하느라 여윳돈이 없었는데 두 달 전부터 한 달에 6만 원짜리 헬스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하루 2000원치 땀을 흘리는 행복이 소중합니다.”―김모 씨(26·대학원생)

“절대적인 임금 수준을 고려해야 해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3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220만9890원입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올해 최저임금 월급은 157만3770원이죠. 이전 인상률과 비교하면 16.4%라는 수치가 크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최저임금만으로 한 가정이 생활을 하기는 어려워요.”―류다현 씨(24·대학생)

“대기업 영화관이다 보니 기본급도 최저임금 이상이고 수당도 다 받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야 좋죠. 그런데 물가도 그만큼 오르니까 피부에 와 닿는 건 없어요. 최근에는 영화 관람객이 늘면서 업무량도 많아졌고요.”―오영만 씨(60·영화관 청소반장)

“우린 월급쟁이라 최저임금에 별로 영향 받지 않아요. 매년 7%가량 연봉이 올랐죠. 정부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니까 ‘우리 임금도 그만큼 올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들어요.”―이모 씨(50대 초반·야간 환경미화원)

“집 앞 백반 집에서 항상 서비스로 계란프라이와 요구르트를 줬어요. 그런데 이제 계란프라이는 안 줍니다. 괜히 서운해요. 인건비는 올랐지만 음식 가격은 올리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했다니 이해는 되죠. 그러고 보면 제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멀리뛰기 세계 우승할 기세예요.”―정모 씨(30대·회사원)


▼ “불경기는 여전한데… ” ▼


“3월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결국 못 구했어요. 일주일 근로시간 총합이 15시간 이상이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가 시간대를 쪼개서 사람을 구합니다.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뽑죠. 한 번은 아르바이트 면접까지 보러 갔는데 사장님이 저를 채용할지 말지 고민하더라고요.”―임주현 씨(25·대학생)

“중국이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중단해 재활용 업계는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최저임금은 이미 16.4% 올랐고요. 일자리 안정자금은 일시적입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영세업자는 문 닫으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재활용쓰레기로 제품을 만들어 업체에 납품하는데 8년 전 제품당 300원에 계약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300원을 받죠. 그런데 같은 기간에 4000원이던 최저임금은 7530원이 됐습니다. 다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데 인건비만 올라가니 걱정이 태산입니다.”―안모 씨(50대 후반·재활용 제조업체 운영)

“식당 일이 고되다 보니 예전에도 시간당 7530원보다는 많은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에도 저희는 아직 임금 인상을 해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일당을 20% 올리려고 해도 가게 매출이 그대로라 힘들어요. 일당이 상대적으로 낮아보여 일하시는 분들께 죄송하죠.”―김모 씨(50대 중반·음식점 운영)

“아들이 운영하던 편의점을 올해부터 저와 남편이 돕고 있어요. 매출은 유동인구에 따라 결정돼요.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기적을 바랄 순 없으니 결국 고정적인 지출 중 당장 줄일 수 있는 인건비를 줄였어요. 새벽 6시에 나와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가면 세수 겨우 하고 까무룩 잠들어요. 끼니는 폐기 도시락으로 대충 때웁니다.”―신모 씨(56·편의점 운영)

“20% 가까이 되는 인상률에 경비원들은 잘릴까 봐 발칵 뒤집혔어요. 우리에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올해 새 경비원을 뽑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임금 때문에 해고돼서 구직 중이라고 하더군요. 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좋지만 잘리면 무슨 소용입니까. 근무 태도가 나빠서 자른다고 하면 할 말도 없어요.”―이모 씨(60대 후반·아파트 경비원)

▼ 최저임금 新풍속도 ▼

“햄버거 가게는 거의 다 ‘키오스크(무인화 기계)’로 주문을 받아요. 여러 대가 있어 줄도 빨리빨리 줄어들죠. 메뉴명과 사진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주문하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제가 직접 메뉴를 넣었다 뺐다 하니까 주문이 잘못 들어갈 염려도 없고요.”―배후민 씨(25·가게 손님)

“다음 달부터 한 치킨 체인이 배달료 2000원을 받는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때 직감했죠. ‘이제 우후죽순으로 모든 치킨에 배달료가 붙겠구나.’ 사람들이 치킨을 포기하진 않을 테니 당분간은 매장에 포장 손님이 우글우글하는 진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요?”―이상재 씨(30·교사)

“이렇게 적막한 대학가의 밤은 처음 봐요. 24시간 영업하는 가게들이 야간 영업을 포기했어요. 우리 가게도 올해부터 새벽 4시까지만 영업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야간 매출은 점점 떨어지는데 야간수당까지 챙기려면 골치 아프니까요. 옆집 국밥가게는 오후 10시가 되면 바로 셔터 문을 내려요.”―이모 씨(40대·음식점 야간 근로자)

▼ 내년 최저임금은? ▼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돼야 합니다. 시장에서 얻는 임금만 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해졌어요. 하지만 많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실업, 노령 분야 등에서) ‘사회보장소득’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받는 사회보장소득이 3000원이면 시장으로부턴 7000원만 받아도 1만 원이 달성되죠. 사회보장제도와 임금 체계를 모두 고려해 최저임금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임금과 생산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이해해야 해요. 만들어내는 것(생산성)이 20% 증가하면 당연히 가져가는 것(임금)도 20% 증가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 정도인데 임금을 16.4%나 올리면 균형이 깨져 버리죠. 일자리가 줄거나 물가가 올라 생산성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그러므로 임금을 나라의 생산성보다 지나치게 높이는 일은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는 무리한 인상보다 사람들이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제4차 산업혁명으로 상당수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원가량 돼요. 무인화 기계 가격도 150만∼600만 원 정도 하죠. 기계는 한 번 구매하면 5년 정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저임금 논의에도 이런 변수가 고려돼야 합니다.”―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