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하다 떠난 배우자 그리워하던 남녀, 서로 사랑에 빠져

celsetta@donga.com2018-01-23 17: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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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씨와 존 씨. 사진=워싱턴포스트
전도유망하던 미국 외과의사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씨는 폐암으로 투병하다 37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자서전 ‘숨결이 바람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는 2016년 출판돼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한국어로도 번역됐습니다.

39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여성 니나 릭스(Nina Riggs)씨 역시 삶을 마무리하며 ‘빛나는 시간(The Bright Hour)’라는 책을 남겼습니다. 니나 씨가 집필한 책은 2017년 출판돼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폴 씨와 니나 씨가 남기고 간 책은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며 인세를 통해 생계에도 보탬이 됐습니다.

각자 배우자를 잃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폴 씨의 아내 루시 칼라니티(Lucy Kalanithi) 씨와 니나 씨 남편 존 두버스타인(John Duberstein)씨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생전 니나 씨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이 평생 혼자 살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루시 씨와 작가-독자 관계로 이미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그는 남편에게 “루시 씨는 우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내가 떠난 뒤에도 연락하며 지내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아내를 잃고 한동안 슬픔에 잠겨 있던 존 씨는 아내의 부탁을 떠올리곤 루시 씨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한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우정을 쌓아 갔습니다.

몇 달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오직 이메일만 주고받는다는 암묵적 규칙이 생겼습니다. 두 사람은 전화 통화도 화상통화도 하지 않은 채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또 지난 뒤 마침내 만날 기회가 생겼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말도 주고받지 않고 식사를 마친 뒤 무덤덤하게 헤어졌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 둘은 각자의 아이들과도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며 좋은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2017년 12월 31일 두 사람과 아이 셋은 폴 칼라니티 씨의 묘를 찾아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루시 씨와 존 씨의 사연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죄책감 들어 못 살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하늘로 떠난 이들도 자기 배우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것”, “아름다운 인연이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길”이라며 둘의 앞날을 축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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