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 美 스타벅스서 한국말 썼다가 “영어로 말해” 폭언 들어

celsetta@donga.com2017-12-13 13: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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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cebook ‘Annie An’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타벅스(Starbucks) 카페에서 친구와 한국어로 대화하다가 백인 손님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는 한국인 유학생 사연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2월 10일 한국인 유학생 애니 안(Annie An)씨는 같은 한국인 친구이자 강사인 션 H. 리 씨와 캘리포니아 스타벅스 월넛 크릭 지점에서 대화하다 한 중년 백인 여성의 간섭을 받았습니다. 청록색 스웨터 차림의 이 여성은 안 씨를 향해 “여기는 미국이야. 너희 나라의 ‘역겨운’ 언어 말고 영어로 말해”라며 인종차별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안 씨는 황당해하며 “뭐라고요?” 라고 되물은 뒤 “이보세요, 여긴 미국이에요. 누구나 모국어로 말할 자유가 있습니다”라고 받아쳤습니다. 상대 여성의 무례한 언행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안 씨가 동영상을 찍기 시작하자 백인 여성은 갖고 있던 문서 파일로 얼굴을 가리며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있어, 너네 나라 말로 말하지 말고”라고 대꾸했습니다.

소란이 일자 점원들이 다가와 문제의 백인 여성에게 ‘가게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꼼짝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갖고 있던 노트북 자판을 톡톡 두드리며 “당신들 내가 (노트북으로 쓴) 이 글 올리면 골치 좀 아프게 될 걸”이라고 점원들을 협박했습니다. 지켜보던 누군가가 “당신 아까부터 숫자 버튼만 계속 누르고 있던데요”라고 반박하니 그는 사람들을 매섭게 노려보았습니다.



사진=Facebook ‘Annie An’
결국 소동은 경찰이 오고 나서야 마무리됐습니다. 여성은 가게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경찰들 앞에서도 팔짱을 낀 채 “저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 할 외국말로 떠들어서 기분 나쁘다”며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공권력에 끝까지 반항할 수는 없었습니다.

안 씨는 SNS에 이 사건을 공개하며 “그 어떤 이민자나 유학생들도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친구 리 씨도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다양성의 천국’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조차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만연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백인 여성을 응원하는 미국인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뒤틀린 사상을 맹신하는 이런 사람들과 맞서는 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우리가 차별주의자들과 상식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할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양한 국적, 인종, 민족이 뒤섞인 미국은 시민들 사이의 융합을 위해 다양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차별 없는 세상’,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는 나라’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곳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조차 인종차별은 비일비재합니다.

미국 네티즌들은 안 씨와 리 씨를 지지하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비난했습니다. “미국인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 미안하다”, “저 아주머니 앞에서 K-pop을 크게 틀고 춤추고 싶다”, “빠르게 신고한 점원들과 상황을 정리해 준 경찰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신들은 언제 어디서든 한국어로 이야기할 자유가 있다. 저런 멍청이의 헛소리에 기 죽지 말라”는 응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별 손님을 다 만나는데, 이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분란을 일으키는 것도 자주 본다. 우리 나라(미국)가 진짜 ‘하나 된 나라’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노력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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