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여성 꼬드겨 순식간에…日 음란물 출연 강요 실태

yspark@donga.com2017-11-17 2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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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사장과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예명을 정했고 데뷔가 결정됐어요. 이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일본인 여성 A 씨(19)가 지난해 AV(Adult Video·성인비디오) 출연을 강요받았던 일을 떠올리며 털어놓은 말이다. 일본에서는 젊은 여자들의 AV 강제 출연 피해가 급증,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11월 15일 일본 아사히 신문 인터넷매체 위드뉴스는 A 씨가 강요로 인해 AV에 출연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A 씨는 고등학생이던 시절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 AV 남배우 B 씨의 트위터를 구독하고 있었다. B 씨를 TV에서 봤다는 A 씨는 B 씨가 AV 배우라는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재밌고 멋진 오빠’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고교 졸업 뒤 사회진출을 앞둔 지난해 2월, B 씨에게서 쪽지가 왔다. A 씨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흥미가 앞섰다. ‘유명한 사람’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니 흥분도 됐다. 그해 3월부터는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차츰 B 씨는 A 씨에게 AV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A 씨는 거부감도 들었지만 들뜬 마음에 B 씨와 연락을 계속했다.

A 씨와 B 씨는 실제로 만나자고 약속을 정했다. B 씨는 A 씨에게 “면허증이나 여권이 있느냐, 꼭 가져와라, 정말 18세 이상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사람은 4월 도쿄의 한 역 앞에서 만났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는 B 씨 외에도 젊은 남성 1명이 같이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A 씨를 인근 상가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에는 중년 남성이 있었다. B 씨는 A 씨를 가리키며 “이 애가 모델에 관심이 있다더라”고 중년 남성에게 말했다. A 씨는 실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던 중년 남성은 “소질 있어 보인다. ‘AV 여배우’는 세간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 A 씨에게 말을 걸었다. 이 남성은 AV 제작사 사장이었다. 또 B 씨와 함께 있던 젊은 남성은 일을 돕는 매니저였다.

A 씨는 남성 세 사람 사이에서 도망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들은 “AV는 남성에게 판타지를 선물하는 업계다” “네가 AV 배우가 되면 잘 팔릴 것이다” “딱 한 작품만 출연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다리가 길고 스타일도 좋다. AV 여배우에 딱이다” “화장을 하고 찍으면 화면에선 평소 얼굴과 다르게 보인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안 들킬 수 있다” 라며 A 씨를 설득했다.

AV 배우로서 사용할 ‘예명’ 이야기까지 나왔다. 사장은 “일단 가볍게 소셜미디어부터 시작해보자”며 예명으로 A 씨의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재빠르게 제작사 공식 계정에 “새로운 배우 ○○ 씨가 들어왔다”며 공지까지 올렸다. A 씨는 그때까지 AV 출연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고,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였다. 세 사람이 만난 지는 몇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제작사 공식 소셜미디어에 공지까지 올라오자 압박감이 A 씨를 짓눌렀다. A 씨는 “계약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려움이 앞서는 가운데 A 씨는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A 씨의 면허증 사본을 가져갔고 본가 주소, A 씨가 다니게 된 회사의 이름과 근무 일정까지 파악했다.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A 씨는 ‘딱 1편만 출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회사 측은 5월 한 달에만 여러 편 촬영 일정을 잡았다. ‘촬영 현장에 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계약 당시 들은 설명이 떠올랐다. ‘촬영이 취소되면 장소 자릿세, 메이크업 스태프, 그 밖의 현장 스태프들의 보수는 여배우가 지불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친구나 가족에게도 피해 사실을 전혀 털어놓을 수 없었다. 피해 여성 지원 단체나 경찰, 변호사 상담이라는 선택지는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첫 촬영 날이 다가왔다. A 씨는 당일 아침까지 촬영 내용도 몰랐다. 촬영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해당 회사 사장과 매니저는 “AV에 관심이 있다면서 B 씨의 소개를 받고 (A 씨가)찾아왔다. 출연 의사도 확인했다. 계약서도 A 씨가 다 읽고 이해한 내용이다”라며 “촬영도 즐겁게 마쳤다”고 언론을 통해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에 A 씨는 “AV 여배우에는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히 6월에 진행한 촬영은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 여성 중 한 명인 쿠루민 아로마 씨(26)가 지난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AV 출연 강요 실태가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3월 정부 차원에서 나서 이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에는 피해 근절을 목표로 한 심포지엄이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진학이나 취직을 위해 상경하는 여성이 많은 4월을 ‘피해방지의 달’로 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에서 강요로 촬영된 음란물이 지난 6월 IPTV에서 유통된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한국여성민우회는 IPTV 사업자들로부터 “즉각 서비스를 중지하고 해당 영상 공급자에게 경고 조치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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