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학원 때려치워”… 더 큰 상처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아이를 아프게 하는 부모의 말 

중학교 3학년생인 A 군은 시험 기간만 되면 공부를 하다 갑자기 책을 마구 찢었다. 병원을 찾은 A 군은 부모로부터 “과외비 모아서 줄 테니 차라리 과외 안 하는 게 낫겠다” “여보, 얘 학원 당장 끊어” 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A 군 부모는 생활비를 줄여 학원비를 냈고, A 군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다가 반항이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했다. A 군을 상담한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는 “이런 행동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서적 자극을 받았을 때 그 자극을 멈추려고 하는 데서 나오는 본능적인 보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A 군의 사례는 부모가 ‘아이가 잘됐으면…’ 하는 지극히 순수한 마음으로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아이가 소화하기 힘든 과도한 사교육은 정서적, 언어적 학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부모의 상당수는 학원을 보내고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자녀에게 “네가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냐”처럼 부정적인 말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부모는 ‘자식이 잘되라고 걱정해준 것’이라고 말하지만 자녀는 상처를 받아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자녀에게 하는 부정적인 말의 유형은 △비난 △모욕 △비교 △지적 △부정적 결과를 예측해 단정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학습이나 성적과 관련해선 부모들이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자녀와 대화하기’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는 100점을 받았다”는 식의 비교하는 말은 절대 자녀에게 해선 안 되는 말로 꼽힌다. 부모는 아이의 심리적인 지지대가 돼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부정적인 말을 자꾸 하면 아이는 힘들 때 의논할 수 있는 대상이라기보다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으로 부모를 인식한다.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공부 못하는 게…” “이번 시험 떨어지면 네 인생은 망가질 거야” 등의 말도 삼가야 한다.

선행학습을 시키고,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비교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이를 아프게 하는 일이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가 소화할 수 없는 학원을 보내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상처를 주는 것이 과연 자식을 위한 일인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부모와 자녀가 ‘공부’를 매개로만 상호작용을 하면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