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공장 살인사건 19년만에 결백 주장 왜?

홍세영 기자
에디터 홍세영 기자|
8월 11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19년 만에 자신은 살인범이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검증해봤다. 

● 잔혹한 살인사건, 현장이 지목한 범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가 미해결로 끝난 지 7년이 흐른 1998년 9월, 경기도 화성의 한 도로변 풀숲에서 4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연쇄살인의 마지막 희생자가 유기됐던 장소와 불과 5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시신은 끔찍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피해자는 서울 구로동의 한 스웨터 공장 직원인 정금숙(가명) 씨였고, 부검 결과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맞아 두개골이 함몰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이라면 해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사건 발생 두 달 만에 범인의 정체가 드러났다. 잔혹한 살인범은 바로 피해자가 일했던 스웨터 공장의 사장 김 씨였다. 피해자 정 여인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비닐봉지가 공장에서 쓰던 것이었고, 시신 옆에는 공장 제품인 스웨터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 씨의 차량에서는 범행도구로 쓰인 쇠망치까지 확인됐다. 모든 증거가 스웨터 공장 사장 김 씨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에 체포된 김 씨는 살인과 시신유기까지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사건 당일 김 씨는 숨진 정 여인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정 씨가 빌려간 돈 710만원을 두고 공장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욱하는 마음에 쇠망치로 머리를 때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잔혹한 살인의 대가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2년 전 만기 출소한 김 씨가 우리에게 연락을 해 왔다. 그가 꺼낸 말은 놀라웠다. “저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19년 전 스스로 범행을 인정했던 그는 왜 지금에 와서 결백을 주장하는 것일까.

● 핏빛 흔적은 살인의 증거인가


당시 살해 현장으로 지목된 지하 스웨터공장 내부와 김 씨의 차량에서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몇 점의 혈흔이 발견됐고 이는 김 씨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됐다. 그러나 김 씨는, 당시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회유에 어쩔 수 없이 허위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공장에서 정 여인의 핏자국이 발견됐고 시신의 머리를 감쌌던 비닐봉지에서 김 씨의 지문도 나왔다며 거짓 증거로 자신을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시 살인의 도구로 지목됐던 김 씨 소유의 쇠망치에서는 혈흔 반응조차 나오지 않았다는데, 정말 그의 주장대로 김 씨는 누군가의 올가미에 걸려든 억울한 피해자인 걸까.

당시 시신유기 현장사진과 부검기록을 검토한 법의학자들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쇠망치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다면 당연하게도 살인의 현장에는 다량의 피가 튀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과 순천향대학교 법과학대학원의 자문을 받아 피해자를 쇠망치로 가격하는 순간 어느 정도의 핏자국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범행도구와 현장에 묻은 혈흔을 과연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당시 공장 내부에서 발견된 몇 점의 혈흔이 살인의 흔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소량으로 보였다. 실제 시신유기 현장에서는 다량의 피가 흐른 흔적이 확인됐다. 만약 김 씨가 공장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서둘러 핏자국을 지웠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흔적을 제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섬네일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