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오래가는 줄 알았는데”…‘얼굴부위 암’ 6년새 28% 늘어

동아일보
에디터 동아일보|
대전에 사는 회사원 김모 씨(49)는 3주째 코가 막히고 목이 쉬었다. 그는 과로와 감기가 겹쳐서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세가 지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그는 ‘두경부암(頭頸部癌)’이란 진단을 받았다.

암 예방을 위해 지정한 암 주간(8∼14일)에 맞춰 의료계에서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몸 부위의 암뿐만 아니라 얼굴 부위의 암(두경부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경부암’이란 뇌와 눈을 제외한 코,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 등 얼굴 부분의 30여 곳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종류로는 구강암, 구인두암, 하인두암, 비강 및 부비동암, 침샘암, 후두암, 타액선암 등이 있다. 최근 배우 김우빈 씨(28)가 걸려 화제가 된 비인두암도 두경부암 중 하나다.

두경부암은 2010년대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국내 두경부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2010년 1만3256명에서 지난해 1만7026명으로 28.4% 증가했다. 남성 환자(1만1657명)가 여성 환자(5369명·이상 2016년 기준)보다 2배가량 많았다.

문제는 자신이 두경부암에 걸린 사실조차 모르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증세가 △갑자기 쉰 목소리가 나거나 △목이 아프거나 △한쪽 코가 막히는 등 감기 몸살과 유사한 탓이다. 충남대병원 김영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 10명 중 9명은 감기인 줄 안다”며 “2, 3주 이상 증세가 지속되면 비인두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얼굴은 말하고 먹고 숨쉬는 기관이 몰려있는 데다 뇌로 연결되는 신경, 혈관이 많다. 두경부암 치료와 수술이 까다로운 이유다. 자칫 수술 뒤 얼굴 기형이 생기거나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에 예방이 최선이다. 두경부암은 선천적 요소보다는 후천적, 특히 흡연이 절대적 영향을 준다. 담배 속 유해 물질이 구강, 인두, 후두 점막에 접촉해 점막의 세포 변이를 유발하면서 암이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남순열 교수는 “전체 후두암 환자의 95% 이상, 구강암 환자의 약 72%가 흡연자”라고 밝혔다.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도 두경부암 발병 원인 중 하나다.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도 영향을 준다. 이런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점막 손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세포 변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 폭음, 자극적 식사가 많은 한국인이 두경부암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하반기 ‘두경부암의 날’을 지정해 일반인에게 적극 알릴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한신 이비인후과 교수는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은 80∼90%에 이르지만 진행된 뒤 발견되면 생존율은 5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두경부암 의심 증세가 지속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