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술집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비밀의 음료 메뉴판'

nuhezmik2017-01-18 21:00:02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의 한 칵테일 바가 여성 손님을 ‘암컷’으로 지칭하고 성범죄를 권장하는 안내문을 남자 화장실에 부착해 논란이 일었죠. 당시 칵테일 바 사장은 “남자 화장실이다 보니 솔직한 표현을 (통해) 웃자고 쓴 글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술 마신 여성을 함부로 어떻게 해보자’는 말,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심각한 사건이 많으니까요. ‌

이런 가운데,  ‌최근 외국에서는 여성 화장실에 데이트 폭력이나 수치스러운 신체접촉 등 곤경에 처한 여성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메뉴판을 설치한 술집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메뉴의 이름은 ‘앤젤샷’(Angel Shot, 천사의 잔)이라는데요. 지난 1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매체 헤럴드라이브는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 있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점 ‘후터스’ 매장에서 공개한 메뉴를 소개했습니다.




사진=Eugene Coetzee
‘천사의 잔’ 메뉴는 세 가지로 구성돼 있는데요. 처한 위기 상황에 따라 주문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앤젤샷 니트’(Neat)를 주문하면 바텐더가 주문한 고객을 고객의 차량까지 에스코트 해줍니다. 두 번째, ‘앤젤샷 위드 아이스 ’(With Ice)를 주문하면 택시나 대리기사를 불러주고요. 세 번째로 ‘엔젤샷 위드 라임’(With Lime)을 주문하면 몰래 경찰을 불러줍니다.

결국 위협을 느낀 여성은 주문 한번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것인데요. 이 메뉴판은 여성 화장실에 붙여져 있습니다.

후터스 매장 점주는 “소개팅 앱을 통해 즉석 만남이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데이트 폭력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후터스가 여성들의 안전을 고려한 점을 칭찬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을 제기 하고 있는데요.

남아공 양성평등 정책 조정자인 마리케 켈러(Marike Keller)는 “후터스가 안전의식을 환기한 점은 좋으나 데이트 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메뉴판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자극적인 상술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태도보다 고객의 안전을 고려해 이를 배려하는 점은 분명 칭찬받을 만한 것 같습니다. 

후터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점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