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등 40명이 무너진 구조물 들어올려… 깔린 사람들 구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7-29 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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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영차 영차.”

7월 27일 오전 2시 40분경. 광주 서구 치평동의 C클럽. 무너져 내린 ‘불법 증축 복층 구조물’을 남녀 40여 명이 온 힘을 다해 떠받치고 있었다. 8명은 이 클럽의 종업원이었고 나머지는 클럽을 찾은 손님들이었다. 육중한 구조물을 떠받치고 있던 이들 중에는 여성 손님도 있었고 12일 개막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참가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구조물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부상자 4명을 구조했다. 구조물에 깔려 있던 최모 씨(38)와 오모 씨(27)도 빼냈다. 하지만 최 씨는 숨진 상태였다. 오 씨에게는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했다. 오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 클럽 종업원 김모 씨(25)는 “복층 구조물 위에 있던 외국인들이 자기들도 추락하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털고 일어나 무거운 구조물을 떠받쳤다”며 “구조물을 들어 올리려 했던 사람들 중에 20여 명은 외국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외국인들이 복층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태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씨 자신도 맨손으로 복층 구조물을 떠받쳤다. 그는 “무너진 구조물이 워낙 무거웠다. 온몸이 아팠지만 꾹 참았다”며 “사고 수습이 끝난 뒤 온몸이 쑤셔 확인해 보니 오른쪽 등과 팔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7월 28일 본보 기자와 만난 클럽 종업원 이모 씨(25)는 “구조물이 무너질 때 ‘쾅’ 하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사고가 났다는 걸 한동안 몰랐다”고 했다. 클럽 안의 음악 소리에 묻혔기 때문이다. 이 씨는 “복층 구조물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려고 도움을 요청하자 40명 정도가 한꺼번에 달려왔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한마음이 돼 ‘영차 영차’ 하면서 무거운 구조물을 20분 동안 서너 차례 이상 들어 올리면서 구조물 아래 갇혀 있던 사람들을 나오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긴박한 구조 27일 새벽 복층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의 C클럽에서 종업원과 손님들이 힘을 합쳐 구조물을 떠받치고 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클럽에 있던 남녀 40여 명은 20여 분 동안 붕괴 구조물을 서너 차례 이상 들어올리며 구조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을 구했다. 독자 제공
사고가 난 7월 27일 새벽 지인들과 함께 클럽 안에 있었던 손님 박모 씨(35)는 웨이터에게 2명의 여성을 소개받은 지 10분 만에 복층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그 아래에 깔렸다. 박 씨는 갑자기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나서 천장 쪽을 쳐다봤는데 구조물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붕괴된 구조물에 깔린 그는 구조물과 바닥 사이의 틈새를 찾아 빠져나왔다. 이때 박 씨는 어디선가 “살려 달라”고 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니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이 구조물에 깔린 채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이 여성은 박 씨에 의해 구조물 아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여성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박 씨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오 씨는 올해 한 공사에 취업한 신입사원이었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오 씨의 어머니는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두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오 씨의 유족들은 “젊은 아이가 어이없는 인재로 이렇게 희생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 씨의 빈소를 찾은 직장 상사(55)는 “사무실 막내로 회사에 잘 적응해 가면서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