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서 살살… ‘오! 피자 미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30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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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빠넬로의 ‘부라따 피자’.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20여 년 전 신유고연방에서 독립하려는 알바니아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세르비아의 충돌이 있었던 코소보 사태 때의 일이다. 미국이 개입을 선언하고 세르비아를 공격하다가 중국대사관을 오폭하고 말았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불매운동 피해를 입었는데 피자헛은 말짱했다. 외신기자들이 중국인들에게 이유를 묻자 ‘피자헛은 미국이 아니고 이탈리아 브랜드 아니냐’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다섯 살배기도 피자가 이탈리아 음식이란 걸 알지만, 1980년대 국내에 최초로 상륙한 피자는 이탈리안이 아닌 아메리칸 피자였다. 두껍고 쫄깃한 반죽에 토마토소스를 발라 소시지와 피망, 양파, 올리브 등 토핑을 잔뜩 얹어 구운 두툼하고 기름진 피자였는데, 먹다가 느끼해지면 단무지와 피클을 찾게 되곤 했다.

피자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남부의 혼란 속에 고국을 떠나 신대륙에 정착한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 전해졌다. 이후 미국인이 진출하는 곳을 따라 전 세계에 알려졌고 그 때문에 우리도 미국식 피자를 먼저 접하게 된 것이다. 피자의 본고장이라는 나폴리 스타일의 피자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밀대가 아닌 손 기술을 이용해 공중에서 돌려 반죽하며, 직경은 35cm 이하, 두께는 4mm, 테두리는 2cm를 넘지 않는 것이 나폴리 피자의 룰이다. 물론 피자는 이탈리아 남부만의 요리가 아니다. 로마 이북의 지역에서는 장방형 철판에 네모지게 피자를 구워 잘라서 무게를 달아 팔기도 하고, 밀라노에서는 40cm에 육박하는 큰 피자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굽는다. 오래전 이집트에서 둥글납작하게 구운 빵에 다른 재료들을 얹어 먹던 습관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지만 로즈메리, 올리브 등을 얹어 폭신하게 굽는 포카차를 피자의 원형으로 본다. 두툼하던 빵 반죽을 얇게 펴서 토마토소스를 발라 굽는 피자의 형태로 발전했고 19세기 초에 이르러 이탈리아 최초의 피체리아(피자집)가 탄생했다.



나폴리에서는 1인 1피자가 기본이다.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된 피자 장인 피차이올리(pizzaioli)의 솜씨를 한낱 조각으로 맛보지 말라는 그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폴리에서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녹색, 붉은색, 흰색의 앙상블 마르게리타에 올리는 치즈와 토마토의 산지마저 한정돼 있다. 2년 전 태양빛이 부서지는 나폴리의 바닷가에서 먹었던 피자는 토마토의 당도와 산미가 뛰어났고 치즈는 더할 나위 없이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오 솔레 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연거푸 불러대며 거스름돈을 팁으로 강탈(?)해가던 나폴리의 택시운전사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맛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다로베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48 삼호빌딩 1층, 비스마르크 피자 2만4000원


○ 빠넬로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부라따 피자 3만5000원

○ 부자피자1호점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8, 부자클라시카 피자 1만9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