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집회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17 11: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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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현지 시간)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어머니회 집회에서 한 여성(오른쪽)이 한국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1절은 광둥어로 개사해서, 2절은 한국어로 불렀다. 유튜브 캡처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6월 14일(현지 시간) 저녁 홍콩 도심 차터가든에서 기타 연주와 함께 한국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한국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홍콩 밍(明)보, 유튜브 등에 따르면 이날 약 6000명의 여성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집회에 한 중년 여성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둥어와 한국어로 불렀다. 정확한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 여성은 “이 노래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다. 한국 영화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 ‘1987’을 보셨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기리며) 가사를 ‘우산 행진곡’으로 바꿔 부르겠다”며 광둥어로 개사해 1절을 불렀다. 2절은 한국어로 노래했다. 그가 후반부 가사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를 부를 때는 큰 환호성이 터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을 맡았던 고 윤상원 씨, 5·18 사태 발발 전 야학운동 등을 하다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사회운동가 백기완 씨의 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전남대 재학생 김종률 씨가 작곡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젊은 시위 참가자를 ‘조직된 폭도’라고 비난한 것에 많은 어머니들이 격분했다”고 전했다. 외신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 대신 휴대전화 플래시를 깜빡거리며 “어머니는 강하다” “우리 아이에게 쏘지 말라” 등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