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이강인, 사상 첫 ‘골든볼’ 품을까

스포츠동아
스포츠동아2019-06-13 1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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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차범근이 본격적으로 볼을 찬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늦게 배운 탓에 상대적으로 기본기가 약했다. 하지만 그에겐 타고난 힘과 스피드가 있었다. 또 열정이 넘쳤다. 경신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엄청난 노력을 통해 실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고교 2학년 때(1970년) 열린 일본 청소년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차범근은 두각을 나타냈다. 그때 이런 평가를 들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다.” 최고의 찬사였다. 또 그 칭찬은 성장에 큰 힘이 됐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50년 가까이 흐른 2019년, 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등장했다. 한때 ‘슛돌이’로 유명했던 이강인(18·발렌시아)이 그 주인공이다. 차범근이 힘과 스피드의 화신이었다면, 이강인은 빼어난 기술을 타고났다. 볼 키핑이나 패스, 슈팅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승부 근성 또한 남다르다. 이강인의 출현은 한국축구의 축복과도 같다.



이강인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을 통해 훌쩍 컸다. 한국이 6월 12일(한국시간) 벌어진 에콰도르와 대회 4강전에서 1-0으로 이기며 결승에 오르자 이강인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극진해졌다. FIFA는 “한국은 강한 압박으로 에콰도르의 리듬을 방해했다. 이강인은 뜨거운 경기력을 이어갔고, 프리킥을 영리하게 처리해 최준의 골을 도왔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천재적인 플레이에 외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이강인의 플레이는 차원이 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소유한 볼은 지켜내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볼 간수능력은 성인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패스의 정확도는 혀를 내두른다. 넓은 시야를 통해 찬스를 포착하면 지체 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그 크로스는 정확하게 동료의 발이나 머리로 향했다. 이런 정확성 때문에 한국축구의 골 결정력은 수직 상승했다. 세트피스를 전담하는 이유도 이런 정확한 킥 덕분이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존재감은 가장 크기 때문에 그는 ‘막내 형’으로 불린다.

이번에도 이강인의 발끝이 빛났다. 6월 12일(한국시간) 에콰도르와 4강전에서 재치 있는 프리킥 패스로 최준의 결승골을 도와 자신의 천재성을 또 한 번 입증해냈다. 어시스트로 연결된 프리킥을 앞두고 짐짓 고민하는 듯한 표정의 이강인. 하지만 이미 최준과 눈을 맞춘 상태였다. 따라서 이는 상대 수비수를 속이려는 속임수였다. 사진출처|KBS-2TV 중계 화면 캡처
이강인의 어시스트는 기존의 한국선수에게선 찾아보기 드문 명품이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오세훈의 머리에 정확히 맞힌 크로스나 세네갈전에서 극적으로 연장으로 끌고 간 이지솔의 헤딩골, 연장 전반 상대 문전으로 뛰어드는 조영욱을 보고 찔러준 정확한 왼발 침투 패스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4강전 최준의 결승골 또한 이강인의 진면목을 보여준 프리킥 패스였다. 상대 수비진이 전열을 정비하기 전 잠시 다른 곳을 보는 척하며 야릇한 표정을 짓던 이강인은 기습적인 패스로 결승골을 도왔다. 재치와 영리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대회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골든볼’ 수상여부다. 조별리그부터 4강전까지 총 6경기에 출전해 1골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강력한 골든볼 후보로 거론된다. 4도움으로 도움 부문 공동 1위다. 또 4도움은 FIFA 주관 단일 대회 한국선수 최다 도움이다.

단순한 기록이나 이름값 때문에 후보에 오른 건 아니다. 한국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자격을 부여받았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골든볼이 유력하다는 건 이제 괜한 기대감이 아니다.

골든볼을 품게 되면 위상이 달라진다. 역대 U-20월드컵 골든볼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골든볼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1979년 디에고 마라도나를 시작으로 1999년 세이두 케이타, 2001년 하비에르 사비올라, 2005년 리오넬 메시, 2007년 세르히오 아게로, 2013년 폴 포그바 등이 이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물론 아직 한 경기가 남아 있다. 경쟁자는 결승전 상대인 우크라이나의 세르히 부레트사와 다닐로 시칸이다. 부레트사는 3골2도움이고, 시칸은 4골을 기록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결국 6월 16일 오전 1시에 열리는 결승전에서 골든볼의 향방도 결정된다. 우승여부와 함께 골든볼 수상자도 가려지는, 정말 많은 것이 걸린 결승전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