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혁신학교”… 학부모 불만 쌓이는 혁신학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16 1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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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DB) © News1
《공교육의 획일적인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주도적인 학습능력 배양을 시도하는 혁신학교. 목적과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북돋우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혁신학교 전환 여부를 놓고 서울 지역 곳곳에서 학부모들과 교육청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학교가 많이 설립된 강북 등 이른바 ‘비교육특구’에서도 학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학부모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주변에 있는 학교가 다 혁신초등학교다 보니 학업에 신경 쓰는 학부모들은 한 번씩은 이사나 사립초등학교 생각을 하죠. 저도 사립초 추첨을 갔는데 떨어졌어요.”

2년 전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김모 씨(서울 금천구)가 6월 10일 전해준 얘기다. 그가 아들을 혁신초에 보내길 꺼렸던 건 혁신초가 공부를 너무 안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는 지역에는 대부분 혁신초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혁신초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은 각자 알아서 학원을 통해 학업을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보가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의 국공립 초등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부 비(非)교육특구의 혁신초 비중이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보다 최대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중고교의 정보를 모아놓은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교육특구로 분류되는 △서초구(4.5%) △송파구(12.5%) △강남구(19.4%)에 비해 △중랑구(59.1%) △금천구(52.9%) △동작구(45.0%)는 혁신학교 비중이 크게 높았다.



비교육특구의 혁신학교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금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새로 지정되는 혁신학교에 학교당 연평균 57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공모에서 지정된 혁신학교에도 평균 4500만 원이 투입된다. 재정이 부족한 학교 입장에서는 혁신학교 지정이 시설투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특정지역에서 혁신 학교가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늘면서 해당지역 학부모들이 학교 선택권을 제약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초등생 학부모 최모 씨는 “집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가 거의 다 혁신학교이다 보니 일반초등학교를 지원했는데도 배정을 못 받았다”며 “1년 전부터 아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진도 나갈 때 혁신초에 다니는 게 티가 난다”라고 말했다. 강북구의 한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강모 씨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혁신초를 졸업하면 일반초를 나온 학생들의 들러리를 서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진다”고 전했다. 학업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엔 혁신초 공모를 앞두고 강남구 대곡초 등에서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이 일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비교육특구의 혁신초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교육청의 의도적인 개입은 없다”며 “매년 10곳가량의 초중고가 혁신학교 전환을 신청해 자연스럽게 혁신학교가 늘어왔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동의 없이는 혁신학교로 전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교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거나 학부모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혁신학교 신청이 가능하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혁신학교 정책은 학부모 동의가 없어도 전환이 가능한 ‘일방주도적’ 교육정책”이라며 “수요자인 학부모가 혁신학교를 거부하는데도 끌고 가는 정책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