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만 번 죽어 마땅” 일본 前관료 아들이 생전에 SNS에 남긴 내용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6-05 16: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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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자와 히데아키. 사진=유튜브 'ANNnewsCH' 캡처
6월 1일 일본 도쿄에서 고위공직자 출신 76세 남성이 44세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아들이 자신의 SNS에 패륜적인 글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NHK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 쿠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는 1일 도쿄 네리마 구의 자택에서 아들인 쿠마자와 에이치로(熊澤英一郎)를 칼로 찔렀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피해자는 이불 위에 쓰러져 있었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다.



한 때 농림수산성 차관까지 지낸 쿠마자와 용의자는 범행을 시인했으며 아들이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폭력을 휘둘러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망한 아들은 오랫동안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아 이웃들도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반사회적 성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회 치르는 소리를 들은 아들이 ‘시끄럽다’며 매우 화를 냈다. 이러다가는 아들이 가족에게만 행패를 부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부모와 따로 떨어져 살던 피해자 에이치로는 사건 당일로부터 약 1주일 전 갑자기 전화를 걸어 본가로 돌아가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쿠마자와 용의자가 아들의 거친 언행을 보고 최근 가와사키 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떠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5월 28일 가와사키시에서는 51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2명을 살해하고 18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쿠마자와 에이치로 트위터
숨진 아들 에이치로의 트위터 계정에는 8년 여 간 그가 남긴 글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서민이 내 아버지와 직접 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엄두도 내지 마라. 나는 너희들 같은 서민과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존재”라며 아버지의 권위에 기대 우월감을 드러내면서도 “어리석은 모친이 내 피규어를 망가뜨렸다. 만 번 죽어 마땅하다”며 패륜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식의 뜻을 묻지 않고 마음대로 아이를 낳은 것이니 부모는 자식이 죽을 때까지 보살펴 줘야 한다”며 44세 성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사고방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직업 없이 부모가 모아 둔 재산으로 생활했으며 매 달 한화 350만 원 이상을 온라인 게임에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활동이나 바깥 외출을 하지 않고 가족에게 기대어 사는 히키코모리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였다. 수십 년 전 젊은이였던 이들이 이제 중년이 되어 노년 부모와 마찰을 빚거나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늘다 보니 80대 부모가 50대 자식을 먹여 살리면서 생기는 문제라는 뜻의 ‘8050문제(8050問題)’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오사카 사회복지협의회 카츠베 레이코(勝部麗子)씨는 NHK를 통해 “히키코모리가 된 원인은 다양하다. 가족들은 ‘부끄럽다’는 생각에 히키코모리를 감추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