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간 햇빛이 들지 않은 마을, 수 억 들여 '거울' 설치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6-03 1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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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VisitNorway
맑은 공기와 환한 햇빛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줍니다. 기분이 축 처질 때는 따뜻한 햇빛을 쪼이며 산책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일조량이 적은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정신 건강 챙기기에 더욱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장마 때문에 며칠만 하늘이 어두워도 마음이 착 가라앉기 십상인데, 몇 달 씩이나 햇빛을 쬐지 못 한다면 어떨까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3시간 거리 정도 떨어진 마을 리우칸(Rjukan)은 산으로 둘러싸인 입지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주민 3386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리우칸은 주변에 104미터 높이의 리우칸 폭포가 있어 수력발전에 적합한 마을입니다. 높은 산 덕에 자원은 풍요롭지만, 역설적으로 이 산 때문에 해가 제대로 들지 않는 기간이 몇 달이나 이어지곤 합니다. 마을 중심에 자리잡은 광장조차도 어두웠습니다.

결국 리우칸 주민들은 500만 크로네(한화 약 6억 7000만 원)라는 거금을 들여 ‘특단의 조치’를 거행했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에 거대한 거울들을 설치한 것입니다. 태양광 전력으로 움직이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이 거울은 햇빛을 반사해 마을에 비추는 역할을 합니다. 비록 진짜 직사광선은 아니지만, 거울 덕에 마을 광장은 다시 빛을 되찾았습니다.




사진=VisitNorway
사진=VisitNorway
산에 거대 거울을 설치한다는 계획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는 ‘진짜’ 햇빛이 아니라 모조 햇빛일 뿐인데, 그 빛 조각을 드리우기 위해서 막대한 돈을 쓴다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거울로 반사시킨 빛조차도 절실했습니다. 한 주민은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와의 인터뷰에서 “햇빛 없이는 살 수 없다. 거울로 비춰서 마을에 빛이 돌아오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산낭비라는 당초 지적과 달리 이 거울을 보기 위해 리우칸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 수입도 생겨났습니다.

노르웨이 관광청에 따르면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마을에 비춘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무려 100여 년 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리우칸 마을을 만든 원로 중 한 사람인 샘 에이드(Sam Eyde)씨가 이 발상을 후대에 남겼고, 2005년 마을 주민이자 예술가인 마르틴 안데르센(Martin Andersen)씨가 거울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거대 거울 설치에 성공한 것입니다. 리우칸 주민들은 100년을 뛰어넘어 마침내 실현된 계획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