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꿈도 양극화? “장래희망 법조인” 저소득층 1%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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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직을 꿈꾸는 저소득층 청소년이 100명 중 1명으로, 저소득층이 아닌 또래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중학교 1∼3학년 학생 391명에게 장래 희망 직업군 1, 2순위를 설문한 조사에서 나왔다.

보사연에 따르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 60% 이하인 저소득층 학생 가운데 고위 공무원과 기업 임원 등 ‘공공 및 기업 고위직’을 희망 직업군 1순위로 꼽은 비율은 1.15%에 그쳤다.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 가운데 이 직업군을 택한 비율은 저소득층 학생의 4배가 넘는 4.81%였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률 및 행정 전문직’을 1순위로 고른 저소득층 학생도 100명 중 1명꼴(1.2%)이었다.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 100명 중 8명(7.85%)은 법률가나 행정 전문직을 꿈꿨다. 소득 격차로 학생들의 장래 희망마저 양극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희망 직업 순위도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먼저 소득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학생이 1순위로 꼽은 희망 직업군은 연기자나 가수, 운동선수, 공연 기획자, 디자이너 등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였다. 저소득층과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 30%가량이 이 직업군을 택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희망 직업군은 의료인, 사회복지사, 종교인 등이 포함된 ‘보건·사회복지·종교 관련직’(16.9%)인 반면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교사나 교수 등 ‘교육 전문가’(15.6%)였다.

소득 격차에 대한 성인들의 인식도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이 지난해 성인 3873명을 설문한 결과 ‘한국의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85.4%였다.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답변 역시 80.8%나 됐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인식도 컸다. ‘일생 노력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56.5%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은 38.2%에 그쳤다. 나머지 5.3%는 중립이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사회에 아노미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