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세금폭탄 피하자”… 부동산 법인설립 ‘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01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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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서울 강남에 20억 원대 아파트 1채, 서울 강북과 수도권에 투자용으로 매입한 아파트 2채 등 총 3채를 보유한 50대 자산가 A 씨는 최근 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분리과세하는 방법을 상담 받았다. 그는 “아파트 2채를 법인 명의로 돌리면 다주택자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세금이 줄어든다고 해 법인을 설립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6월 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을 앞두고 다주택자와 고액 부동산자산가들이 절세를 위해 법인 설립이나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보유주택 수를 줄여 보유세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매매물량이 시중에 풀리지 않고 사실상 명의만 바뀌는 것이어서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5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부동산업 법인 설립 건수는 3151건으로 지난해(2018년) 1분기 2458건에 비해 693건(28.2%) 증가했다. 부동산 법인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부터다. 지난해(2018년) 3분기(7∼9월) 2359개였던 신설 법인은 4분기(10∼12월)에 2813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법인을 설립해 1주택자가 되면 줄어든 주택 소유분만큼 재산세와 종부세를 절약하는 것 외에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주택 보유 기간이 1년 이상인 다주택자는 소득구간에 따른 세율(6∼42%)에 2주택자의 경우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의 경우 20%포인트가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다. 반면 개인소유 주택을 법인에 현물출자 형식으로 넘기면 양도세는 추후 법인이 양도할 때까지 과세가 이월된다. 향후 법인이 부동산을 매각할 때에도 법인은 부동산 수입에 대해 10∼25%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경매로 주택을 낙찰 받을 때도 법인을 설립하면 개인보다 대출이 유리하다. 법인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이라도 기존 주택 처분 조건 없이 제1금융권에서 낙찰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원리금균등상환 대출도 개인은 1년 거치기간 제한이 있지만 법인은 그렇지 않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1∼3월) 법인 낙찰 건수는 16건으로 전체 8.8%였으나 올해 1분기엔 42건(31.1%)으로 크게 늘었다.



일각에선 법인을 설립하면 감정평가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들어가므로 최소 25억∼30억 원 이상 부동산 자산가가 아니라면 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단 의견도 나온다. 법인의 비사업용 부동산 취득 및 처분 시 법인세율에 10%포인트 중과 부담도 있다. 양창우 우리은행투자자문센터 세무사는 “법인에서 발생한 부동산 수익을 개인이 가져가고 싶을 때도 배당이나 근로소득 형태로 받고 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따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 설립이나 증여로 절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주택 물량이 늘지 않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부과 기준이 되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크게 올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길 기대해왔으나 오히려 제한적인 매물만 나오고 있다”며 “시장 가격을 내리려면 일시적이라도 다주택자의 세금 중과를 완화하는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