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개, “같이 묻어달라” 주인 유언에 순장 당해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5-29 1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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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BC12
“내가 죽으면 내 강아지도 같이 묻어 달라.”

주인의 유언 한 마디에 건강했던 강아지가 ‘순장’ 당하는 일이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일어났습니다.



NBC뉴스 등 현지 언론은 시추 믹스견 엠마(Emma)가 지난 3월 22일 안락사된 뒤 주인과 함께 묻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같은 달 8일 숨진 엠마의 주인 아니타 컬롭 톰슨(Anita Cullop-Thompson·67)씨는 생전 자산관리자에게 자신이 숨지면 엠마를 같이 묻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인이 사망한 뒤 임시로 엠마를 보호하던 지역 동물보호소에서는 자산관리자에게 몇 번이고 찾아가 개를 자신들에게 넘겨 달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체스터필드 동물보호소 매니저 캐리 존스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엠마는 나이도 많지 않고 아주 건강한 상태여서 새로운 가족을 쉽게 찾아 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엠마를 맡겨 주면 책임지고 입양 보내겠다고 간곡하게 청했지만 유언은 집행됐다”며 슬퍼했습니다.

장례 집행업체 대표 또한 “남은 반려동물이 새 가족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같이 데려가려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 개는 건강하고 친화력도 좋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새 가정에 입양돼 무탈하게 살 수 있었던 개가 안락사 되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물론 유명인들도 공개적으로 반감을 표현했습니다. 영국 희극인 리키 저베스(Ricky Gervais)는 5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역겹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엠마의 죽음에 분노했습니다. 미국 라디오 진행자 로드 라이언(Rod Ryan)또한 “엠마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관련자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반려견 엠마 ‘순장’ 논란은 법과 윤리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법률상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주인의 재산으로 취급되기에 주인의 뜻에 따라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

수의사 케니 루카스(Kenny Lucas)씨는 “나는 윤리적 신념에 따라 건강한 동물은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며 “안락사 문제는 수의사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