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도 안남았는데… 국정원장-與실세 만남 정치권 파장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28 10:27:10
공유하기 닫기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동아일보DB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만찬 회동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은 이 만남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집권여당의 총선 전략을 총괄하는 싱크탱크 수장의 만남 자체가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 야권은 “두 사람이 따로 만났다는 것만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낳고 있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야권 총공세에 정의당까지 비판 가세



인터넷 매체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찬 회동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정식집에서 오후 6시 20분경부터 오후 10시 45분경까지 4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두 사람은 만찬 과정에서 ‘소폭’(소주+맥주)을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사람의 독대가 아닌 참석자가 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동석한) 지인들은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이라며 “프라이버시 고려 없이 아무리 곤경에 처해도 일방적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동석한 인사들이 누구인지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다만 양 원장이 사적인 모임이라고 하니 당에서도 이 부분을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야권은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을 일제히 제기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있다. 총선과 관련됐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내 충성 경쟁을 시키려고 공천 실세와 정보 실세가 만난 것 아니냐”며 양 원장을 향해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을 총선 선거대책기구 중 하나로 생각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보위를 개최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국정을 농단했던 지난 정부와 다른 게 없다”고 했고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다만 한국당은 정보위 개최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이다. 정보위를 열 경우 국회 정상화 수순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서 원장의 무신경한 처신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다. 은밀한 활동이 생명인 국정원장이 어떻게 서울 강남 한복판 식당에 나타났다가 영상까지 찍혔느냐는 것. 한 국회 관계자는 “서 원장이 촬영을 당하는 동안 경호 인력 등이 경계를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아무리 사석이라고 해도 외부의 촬영을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서-양 회동으로 실체 드러낸 막후 그룹 ‘재수회’


여권은 이날 비공개 회동의 배경에 정권 막후 실세 그룹인 재수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수회는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취지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2년 낙선한 문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복귀하기 전 그의 야인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한 그룹이기도 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프로젝트는 재수회 심천회 광흥창팀 등 3개 팀을 주축으로 가동됐다. 심천회는 학계 출신 전문가 그룹, 광흥창팀이 실무 그룹이라면 재수회는 이를 모두 아우르는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핵심 인사들의 모임”이라고 전했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은 재수회의 주요 멤버다.

현 정부에는 재수회 소속 ‘실세’가 적지 않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조윤제 주미대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다.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수회는 지금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모이고 있다”며 “재수회 소속 일부 인사들은 가끔씩 비공식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