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농기구 ‘호미’, 왜 아마존에서 대박 상품이 됐을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23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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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화가 윤용의 ‘나물 캐는 아낙’(왼쪽)과 풍속화가 김준근의 ‘밧김매고’. 작은 사진은 지역별로 다른 호미 모양(위부터 순서대로). 문화콘텐츠닷컴·한국데이터진흥원 제공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에서 우리나라 농기구 중 호미가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호미는 잡초를 제거하는 농기구입니다. 세계 어느 지역이나 농사에서 잡초 제거(김매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우리나라 호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호미가 개량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농기구와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 농기구의 대표, 호미의 등장



농사는 봄에 쟁기로 논과 밭을 갈고, 괭이와 쇠스랑 등으로 흙을 고르게 한 다음 씨를 뿌립니다. 씨를 뿌린 후에는 호미로 여러 번 김매기를 하고 낫으로 수확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농기구는 쟁기, 삽, 괭이, 가래, 쇠스랑, 호미, 낫 등이 있고,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농기구는 쟁기와 호미입니다.


비가 오면 땅속에 있던 거름이 점점 깊이 들어가 곡식을 심어도 자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농부는 봄에 쟁기를 이용해 거름 성분이 많은 땅속의 흙을 뒤집어야 합니다. 쟁기는 소가 많이 끌었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이 끌기도 했습니다. 쟁기를 이용해 논과 밭을 갈고 작물의 종류에 따라 땅을 다양한 모습으로 고르며 씨앗을 뿌렸습니다.

작물의 싹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잡초도 올라옵니다. 이때부터 농부는 여러 번 김매기를 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새싹을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김매기를 하다가 곡식이 자라면 호미를 이용했습니다.

호미는 7세기를 전후해 등장한 농기구입니다.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날의 형태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인 농서인 ‘농사직설’에는 “호미 끝에서 백 개의 알곡이 생겨난다”는 기록이, ‘금양잡록’에는 “한 해의 주리고 배부름이 호미질에 달려 있으니 호미질을 어찌 게을리 할 수 있으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1년 농사가 호미질에 달려 있을 정도로 김매기는 매우 중요한 농사과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봄에 가뭄이 많이 들고 여름에는 온도가 높고 비가 잦아 잡초가 무성하게 자랍니다. 농업에서 가뭄의 극복과 김매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좁은 면적의 경작지에 많은 노동력을 투입했으므로, 세계에서 가장 여러 번 김매기를 하며 곡식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미질을 하지 않으면 파종한 종자보다 수확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지역마다 다르게 개량



여름철 뙤약볕 아래에서 쭈그리고 앉아 하는 호미질은 가장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호미는 고대부터 사용되었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발굴되었는데, 현재 사용하는 호미와 모양이 꼭 같은 호미는 고려 때 사용된 ‘청양호미’입니다.

청양호미는 호미의 길이가 짧고, 발굴 당시에는 사라졌지만 나무막대기로 손잡이를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호미는 잡초 제거, 흙 북돋워주기, 작은 흙덩이 분쇄, 채소와 같은 밭작물의 수확, 씨앗을 파종할 때 땅파기 등 모든 농사에 사용됐습니다. 그야말로 만능도구였습니다.

호미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지방마다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북부지방의 호미는 호미 중에서 날과 자루가 길고 호미 날이 넓적합니다. 경기, 충남 등에서 사용한 호미는 쟁기의 보습처럼 날 끝이 뾰족하고 위는 넓적합니다. 경남과 제주의 호미는 낫과 같이 폭에 비해 길이가 길고 끝이 예리합니다. 특히 비가 많이 와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제주도의 경우 호미의 모양이 마치 갈고리나 낫과 비슷했습니다.


조선시대 풍속화 속에 다양한 모양의 호미가 등장합니다. 여러 그림 중 두 작품 속에 있는 호미의 모양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준근의 그림에는 부부가 호미질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김준근의 그림에 보이는 호미는 중부 이북의 산간 지방에서 사용됐던 양귀호미에 가깝습니다. 일반 호미보다 자루가 길고, 날이 크고 무겁습니다.

양귀호미의 날 끝이 평평한 이유는 비가 적게 와 잡초의 뿌리가 깊지 않아 겉흙을 긁기는 해도 김매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윤용의 그림에는 나물 캐러 나온 여인의 뒷모습을 산수 배경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오른손에는 망태기를 끼고 왼손에는 호미를 들고 있습니다. 여인이 왼손에 든 호미는 낫과 모양이 아주 비슷합니다. 흔히 말하는 낫형 호미입니다. 두 그림 외에도 윤두서와 마군후의 ‘나물 캐는 여인’에서도 각각 다른 모양의 호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HO-MI와 온라인 쇼핑



촌스럽고 사라져가던 호미가 최근 아마존에서 대박상품이 됐습니다. 호미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농업과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개량됐습니다. 지역적 특성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했습니다.

농부는 대장간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용도에 따라 호미를 주문하고, 대장장이는 주문자의 용도에 맞게 호미를 제작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대장장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호미를 만들어 놓고 판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호미가 만들어졌습니다.

농경 도구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경우처럼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호미, 약초꾼들이 약초를 전문적으로 채취할 때 사용하는 호미 등도 제작됐습니다.

외국인들이 정원을 가꾸기 위해 호미를 한 번 사용해 본 후 너무 편리하였기 때문에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호미가 아마존에 소개됐고, 초기 조금씩 팔리다가 인기 상품이 됐습니다. 호미와 같이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우리 문화재는 어떤 것들이 더 있을까요. 최근 버선, 갓, 시골이불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우리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용산고 이환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