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문구’ 조차 불편한 선생님들 “차라리 없애자” 목소리

박태근 기자
박태근 기자2019-05-15 13: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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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누리꾼들로 인해 '스승의 날 문구'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교육계를 중심으로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승의날은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에서 5월26일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시작했으나,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변경해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면서 폐지됐지만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다시 부활시켰다.



그런데 최근들어 일각에서는 "스승의 날 명칭을 바꾸자"거나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교육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스승의 날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달 6월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꿀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현재 3600여 명의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글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 올린 것이다.

그는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하는 듯 해서 불편한 감이 있다"면서 "‘보건의 날’이지 의사의 날이 아니다. ‘과학의 날’이지 과학자의 날이 아니다. 법의 날’이지 판사의 날이 아니다. ‘철도의 날’이지 기관사의 날이 아니다. ‘체육의 날’이지 운동선수의 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종이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대표가 주는 카네이션만 된다는 식의 지침도 어색하기만 하다"며 "스승의 날을 정 못 없애겠으면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꿔서 학교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김영란법과 관련 ‘스승의 날에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생화를 달아주는 것은 안 되지만, 종이로 직접 꽃을 만들어 선물을 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었다. 그러나 이역시 원칙적으로 학생 대표가 달아주는 것에 한정된다. 또 지자체 교육청은 몇 년 전까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공직 기강 확립' 명목으로 교육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 왔다.

정 회장은 이같은 상황들이 스승의 날을 맞는 교사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하고 심지어 모멸감까지 준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교육의 3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라면서 "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아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스승의 날이라는 봉건·유교적인 명칭을 내려놓고, 교육기본법이 명시한 교육의 날로 바꾸는 게 변화된 시대에 맞다. 그래야 학부모도 소외되지 않고, 학생들도 소외되지 않고, 교육기본법이 밝힌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도 5월 14일 ‘스승의날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민간기념일로 전환해달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이 단체는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나 제자가 부담을 져야 하는 ‘스승의 날’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하는 ‘교사의 날’이 더 필요하고 반가운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아예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1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