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뱀에 물렸는데 치료비가 1억7000만원… 美의료비 ‘깜짝’

hwangjh@donga.com2019-05-09 17:51:02
공유하기 닫기
고가의 의료비로 악명 높은 미국에서 뱀에 물린 소녀에게 한화 1억 7000만 원 가량의 치료비가 청구됐다고 시카고트리뷴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먼로카운티 블루밍턴에 거주하는 오클리 요더는 지난해 7월 일리노이주의 쇼니 국유림(Shawnee National Forest)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9살이던 오클리는 숲 속 캠프에서 뱀에 오른쪽 발을 물렸다. 오클리는 “정말 무서웠다. 마비되거나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료사진. ⓒGettyImagesBank
오클리의 상태를 확인한 캠프 상담사들은 그가 독성을 지닌 구리머리독사에 물린 것 같다고 판단했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한 응급구조대원 덕에 오클리는 구급헬기로 캠프장에서 80마일(약128㎞) 떨어진 세인트빈센트에반스빌 병원까지 이송됐다. 그 곳에서 항독소제인 안티베닌을 4병 투약 받고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인근 라일리 아동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는 연락을 받은 오클리의 부모 조슈아 페리와 셸리 요더 부부가 이미 도착해 딸의 상태를 염려하고 있었다. 의료진과 부모의 관심 속에서 오클리는 무사히 퇴원했다. 뱀에 물린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기쁨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오클리 앞으로 청구된 의료비가 무려 14만2938달러(한화 약1억6900만 원)이었던 탓이다.

안티베닌 4병 6만7957달러(약8000만 원), 구조헬기 이용료 5만5577.64달러(약6600만 원)와 지상 구급차, 의료 수가 등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현재 미국 안티베닌 시장은 크로팹이라는 제품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의료정보기술업체 커넥터를 인용해 크로팹의 평균 정가가 병 당 3198달러(약 380만 원)라고 보도했다. 이 역시 고가이지만 오클리가 받은 청구서에서는 5배 가까운 금액이 적혀있었다.

다행히 페리가 교수로 재직 중인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캠퍼스 경영 대학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보험사 측은 오클리 가족을 대신해 안티베닌과 이송 비용 등 청구금액을 조정했고, 총액 10만7863.33달러(약1억2800만 원)를 지불했다. 추가로 여름 캠프 측 참가 시 가입한 보험을 통해서도 7286.34달러(약860만 원)를 받을 수 있었다.

오클리 가족이 실질적으로 지불한 치료비는 0원이었지만, 오클리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보건 윤리 교수로 재직 중인 오클리의 아버지 페리 교수는 “이 나라에서, 이 제도 하에서 (환자가고가의 의료비를 내지 않은 이런 경우는)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눈으로 확인한 자국 의료 제도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트위터 @ProfJoshPerry
그는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고 의료 제도 문제에 밝은 빛을 비추어 준 것에 고맙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각 주 별 병원 가격 정책에 대한 자료도 공유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오클리의 뱀에 물린 상처는 아물었지만 발가락이 약간 굽은 채로 후유증이 남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여름에도 지난해와 똑같은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