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억만장자 아들과 사랑에 빠진 줄 알았다…알고 보니”

phoebe@donga.com2019-05-09 19:15:01
공유하기 닫기
데이트 앱에서 만난 사기꾼에게 20만 달러 뜯겨
PREVNEXT
1/5
영국 런던에 사는 한 여성이 온라인 데이트의 악몽을 공개하며 ‘억만장자의 아들’이라고 자처한 남성에게 20만 달러(한화로 약 2억 3600만 원) 사기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세실 피엘호이(Cecilie Fjellhoy‧29)는 원래 노르웨이 출신이지만, 런던에 살면서 석사 학위 코스를 밟고 있었다.

어느 날, 세실은 데이트 앱 틴더를 둘러보다가 ‘시몬 레비예프(Simon Leviev)’라는 남성과 처음 연결됐는데, 그는 고향에서는 자신을 ‘다이아몬드 왕자’라고 부른다면서, 이스라엘의 억만장자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첫 데이트 때 그는 세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전용기에 세실을 태우고 런던에서 불가리아까지 날아가는 등 회오리바람 같은 로맨스를 시작했다.

사랑의 문자메시지와 음성 녹음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진행됐다. 시몬은 다이아몬드 그룹 ‘LLD 다이아몬드’ 일로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며 장거리 연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시몬 레비예프’의 본명은 시몬 후아트(Shimon Hyuat)로 28세에 유죄 판결을 받은 이스라엘 사기꾼이었다. 수년 동안 여성들을 속여 받은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

세실은 이 사실을 모르고 그의 낭만적인 행동과 현란한 재물에 눈멀어 거대한 사기 속으로 서서히 더 깊이 끌려 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시몬은 런던에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있다며 신변 안전을 문제로 세실을 보러 갈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세실이 자신을 만나러 와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 그는 노골적으로 세실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금액은 한 번에 수천 달러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점점 늘어갔다. 그는 세실에게 “자기 이름으로 비행기 표와 호텔을 예약해 줘, 적들에게 내 위치를 노출 시키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세실은 5월 6일(현지시간) 방송된 ABC ‘나이트라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이런 걸 요구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신변 보호였다”라며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하지만)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면 왜 거인 보디가드를 데리고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세실은 점점 수렁으로 빠졌다. 연인의 생활비를 대느라 2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나 이 돈쯤은 그가 금방 갚을 것이라고 세실은 믿었다. 세실이 만난 사람들은 시몬이 LLD 다이아몬드 후계자라고 했기에 대출을 받는 순간조차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조차 못 한 것이다. 그의 사랑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사라졌다. 모든 진실을 안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내 인생은 끝났다”라고 자책했다.

그 남자 시몬은 과거 여러 여성들에게 했던 것처럼 세실의 돈을 빼앗아 도망쳤다. 과거 3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그는 파나마로 도주했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ABC ‘나이트라인’에 보낸 문자에서 모든 것이 “남쪽으로 간 친구들의 빚”이라며 억울하다고 했다.

세실은 런던 경찰에 증거를 제출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는 그런 사기행각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실은 “그가 싫다. 너무 끔찍하다”라며 “난 그저 이 일로 우는 게 지겹다. 너무 고통스럽다. 이런 짓을 벌인 나 자신이 미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