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中,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문 닫았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09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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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중국 시장 재입성이 또 무산됐다. 전기차 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한국 기업만 생산하던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차별적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한국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월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 부처인 공업신식화부가 최근 공고한 보조금 지급 대상 친환경차 리스트에서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르노자동차의 전기차 4종, 삼성SDI 제품을 쓰는 충칭진캉자동차의 전기차 1종이 모두 제외됐다. 보조금 대상이 아닌 친환경차는 사실상 판매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양산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배터리 수출도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이자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2016년 1월부터 한국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입을 차단하는 일종의 비관세장벽을 유지해 왔다. 2015년까지 국내 기업이 전기차 기준 100만 대 이상의 물량을 수주했던 시장이 하루아침에 ‘제로(0)’가 됐다. 하지만 지난달 4월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5종이 보조금 지급의 전 단계인 ‘형식승인’을 통과하면서 “이번에는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도 있었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6월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대폭 줄어드는 기조에 발맞춰 이번에는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도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 분위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 지급 제외는 보조금이 완전 폐지되는 내년 말까지 시장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호 정책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은 한 발 앞선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까지 따라잡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달 말 투자자 간담회에서 “니켈 함량이 80%인 고성능 배터리 ‘NCM811’을 대량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며 “고객의 요구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NCM811은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중이 8대 1대 1이라는 의미다. 니켈 함량이 많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한 번 충전으로 더 많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양산 시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NCM523’ ‘NCM622’가 중심이다.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만 양산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차 시장의 보조금이 폐지되고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량생산을 시작하는 2020년 이후 한국 기업들의 ‘효자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중국이 추격한 것이다.

중국 업계는 내수시장에 머물지 않고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CATL은 올해(2019년) 2월 독일 에르푸르트에 2025년까지 연간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짓는 한국 기업과는 스케일이 다른 투자”라며 “내수시장에서 정부로부터 보호, 육성된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마저 따라잡으며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로 빠르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