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이고 초과근무 예사… 영상 편집자 울리는 ‘유튜버 갑질’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0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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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9년) 2월 대학생 김상원 씨(22)는 평소 즐겨 보던, 10만 명 구독자를 가진 한 게임 유튜버에게서 “편집을 해주면 영상 1건당 2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조건은 5분 이내의 짧은 영상. 컷 편집, 자막 삽입 등 3분짜리 영상을 제작하는 데 보통 6시간가량 걸린다. 하지만 영상의 길이를 10분 이상으로 늘려 달라는 유튜버의 요청이 이어졌고 하루 12시간이 넘는 편집 작업이 계속됐다. “그만두겠다”는 김 씨에게 유튜버는 “다른 편집자를 구할 때까지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는 손실을 보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김 씨는 그간 받은 60만 원을 돌려주고서야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유튜버가 청년들의 인기 직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편집자에 대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간단한 편집 기술을 익히면 누구나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할 수 있어 10, 20대에게 인기 아르바이트가 됐지만 이를 악용하는 유튜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이나 온라인 카페 등에는 ‘경력 없는 유망한 편집자 환영’ ‘구독자가 늘수록 보너스 지급’ 등 제목을 내건 편집자 구인 글이 적지 않다. 유튜브를 갓 시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편집자는 비용 부담이 커 신인 편집자를 찾는 것이다. 구독자 40만 명을 지닌 한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는 중학생 편집자에게 수익의 5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월 100만 원만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편집자들은 “업계에 통용되는 처우 기준이 없어 유튜버와 불공정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경험이 적은 10, 20대 편집자가 많아 계약서 없이 구두로 편집 의뢰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집자로 일한 지 1년이 된 박지민 씨(23·여)는 “당초 월 200만 원을 주겠다고 하고 ‘잠결에 말했다’며 150만 원만 지급하는 유튜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원자 수나 합격 통보 등 모집 세부 내용과 기한도 명시되지 않아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모 씨(22)는 “다섯 군데 정도 지원서를 넣어봤고 오프라인 미팅도 3차례 했지만 어떤 유튜버도 불합격 통보를 해주지 않아 한 달을 허비했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0번 이상 수정을 요구하고도 추가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제작 비용을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으로 받았다” 등 피해 사례들이 올라온다.

편집자 상당수가 특정 유튜버의 팬이었다가 편집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팬심을 이용해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 한 게임 유튜버의 편집자였던 유모 씨(21)는 “게임머니를 채워놓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해 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유튜버의 생방송을 녹화해야 하는 편집자 업무 특성상 하루 종일 ‘무한 대기’를 하는 일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일감을 맡는 과정에서 불편하더라도 계약 기간, 비용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권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기업가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면서도 “관련 기관에서도 신종 직업군에 맞는 표준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