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9시에 쐈으니 도발이라 하기 어렵다는 국방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08 09: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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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여부 말흐리는 軍… 2017년엔 발사직후 “탄도미사일” 판단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5월 7일 북한이 5월 4일 발사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특정하기 어렵고, 발사 상황 역시 도발로 보기 어렵다며 그 근거를 국방부 보고를 토대로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 관계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끈을 이어두기 위한 방어 논리치고는 빈약하거나 자기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국방부는 탄도미사일로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우선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비행 사거리가 240여 km로 짧았다는 것을 제시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국제사회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최대 사거리 1000km 이하인 미사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7년 1월 기자단에 제공한 북한 미사일 설명 자료에서 최대 사거리 300km 이하는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로 구분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2014년 8월 시험 발사한 KN-02 개량형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km지만 군 당국은 이를 탄도미사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그대로 모방했을 경우 최대 사거리가 500km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4일 기록한 비행 거리를 곧 최대 사거리로 평가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안 위원장 보고를 통해 이번 발사체의 비행 정점고도가 20∼60여 km로 낮았던 점도 미사일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최대 사거리가 300km인 스커드-B 탄도미사일은 고도가 100km 안팎까지 올라가는데, 이에 비해 고도가 너무 낮다는 것. 이번 발사체는 하강 시 일부 구간에서 수평비행 형태를 보이는 등 탄도미사일이 통상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것과 달리 비행 궤적이 복잡했던 것도 근거였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최신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드 등 요격 체계를 회피하는 기술을 더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최저 요격 고도에서 벗어나도록 비행 고도를 최대한 낮추고 하강 시 비행 궤적은 경로를 예측할 수 없도록 설계하는 변형 탄도미사일이 최근 추세인데 군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이 도발이 아닌 훈련이라며 제시한 근거에도 허점이 많았다. 안 위원장은 “(북한은 4일) 아침 9시에 개방된 장소에서 훈련했다”며 “도발이었다면 예전처럼 새벽에 미상의 장소에서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오전 9시 40분에 쏘는 등 릴레이 도발을 한 2016년과 2017년 아침은 물론 새벽, 밤낮 구별 없이 도발했다.




한편 국방부는 여야 의원들을 찾아 중간 분석 결과에 대해 보고한 것과 달리 이날 공식 브리핑에선 “정밀분석 중이다”라는 답만 나흘째 반복했다. 안 위원장이 전한 내용에 대해서도 “안 위원장 개인 의견이 더해진 것”이라며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단정하거나 도발이 아닌 훈련이라고 보고한 바 없다”며 보고 내용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전 북한의 도발 시에는 신속하게 분석 결과를 내놓는 등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2017년 5월 21일 북한이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불상의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했다가 35분 만에 “불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구체적으로 추가 발표했다. 2017년 11월 29일 오전 3시 17분에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자 1분 뒤 “불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뒤 추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추가 발표했다.

국방부는 5월 4일 북한이 오전 9시 6∼27분에 걸쳐 1차로 발사한 뒤 10시 55분 2차 발사를 했는데, 10시 55분 발사에 대해선 추가 공지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국방부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관계자들에게 보고하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10시 55분에 발사한 발사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데, 민감한 미사일인 만큼 추가 공지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