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는 동안 큰 소리로 책 읽으면 3500원 주는 이발사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5-10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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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소명 의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신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종교적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일반화되어 개인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해 헌신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오늘 소개할 이발사는 여느 이발사와는 조금 다른 사람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길러 주는 일이 자신의 직업 소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ABC뉴스 5월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쿠츠타운의 시티커트 이발소(The City Cuts Barbershop) 주인 조나단 에스쿠에타(Jonathan Escueta) 씨는 어린이 손님들에게 머리를 자르는 동안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답례로 3달러(한화로 약 3500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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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이 같은 일을 해온 에스쿠에타 씨는 이 프로그램을 ‘아이들에 의한 책’이라고 명명했는데요.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연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감을 기르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그는 “많은 성인들이 대중 연설을 두려워한다는 연구 결과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스쿠에타 씨는 “지난 몇 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한 문장, 한 단락 또는 한 장을 읽는다고 해도 괜찮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읽으면서 편안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청소년 농구팀 코치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옹기종기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면 침묵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신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기에 장애물이 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는 독서 관련 매체 리딩 이글에 “어렸을 때 정말 부끄러운 아이였다”라며 “사실 농구 코치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어른으로서도 부끄러움이 많았다.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게임 계획을 알려야 했기에 자신감을 갖고 일해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는 농구장에서 배운 것을 자신의 이발소로 가져갔습니다.

에쿠에타 씨는 낯선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용기 있는 아이들에게 3달러를 주거나, 공짜 책 선물, 그리고 사탕 한 조각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밝아졌습니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읽던 아이들은 점점 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는 “엄마와 함께 여기 와서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처음 한 문장 읽었는데, 지난번에는 세 장이나 읽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그를 좋아하는 한 고객이 이발소 페이스 북에 이발하는 동안 책 읽는 아이를 촬영한 48초짜리 영상을 올렸습니다.

약 두 달 후 팔로워가 많은 누군가가 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페이스 북에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5월 7일 현재 영상은 1349만 회 조회되고, 19만 회 이상 공유됐습니다.

그러자 각지에서 책과 후원금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기부사이트 고펀드미에 개설된 계좌에는 4200달러(약 490만 원)가 쌓였습니다. 그는 앞으로 장학 기금을 조성해 독서 프로그램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