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고마워~ 고액연봉 베테랑의 꾀병

스포츠동아
스포츠동아2019-05-07 10: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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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2018시즌에 이어 올해도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어린이날 3연전을 ‘싹쓸이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해 15승1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전적에서 2연패 후 4연승을 거뒀다. 5일 경기를 앞두고 두산 허경민(왼쪽 앞에서 두 번째)과 류지혁(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이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BO리그가 페넌트레이스의 분수령인 5월 승부를 시작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지만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베테랑 선수를 고민하는 팀, 치열한 주전 경쟁 속 클럽하우스의 화학적 결합을 염려하는 구단 등 여러 구단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스포츠동아 야구팀이 한 주간 KBO리그 뒷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아파? 고맙다. 생각 잘했어!”

출처 | ⓒGettyImagesBank


최근 한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A의 부상 고백이 화제입니다. 감독도 쉽게 거취를 결정 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린 이 선수는 최근 심각하지 않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그 순간 팀 안팎에서는 “잘 아프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KBO규정상 연봉 3억 원 이상 선수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질 경우 해당 연봉의 50%만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은 종종 감독의 선택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1군 엔트리를 구성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베테랑들의 수입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당장 1군 엔트리에서 빠지는 순간 월급의 절반이 사라지는 고참 선수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격렬합니다. 고액 연봉 선수들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규정이지만 팀의 리빌딩, 전력 쇄신에는 복잡한 장벽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아프다’고 했을 때 감독이 반가워(?)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랍니다.

한화 김회성(왼쪽)이 5일 자신의 끝내기 안타 때 펑펑 눈물을 쏟은 윤준서 어린이를 만나 유니폼을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어린이날 3연전, 진정한 승자는 한화?


어린이날이 포함된 지난 주말 3연전은 올해도 어김없이 즐거운 잔치 분위기 속에 치러졌습니다. 특히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어린이날 3연전은 이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매치업이 됐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두산이 2년 연속 싹쓸이 승리를 거뒀죠. ‘엘린이’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두산과 더불어 SK 와이번스도 사직 원정에서 사흘 내내 롯데 자이언츠를 울렸습니다. 반면 한화 이글스는 홈팬인 한 어린이에게 색다른 의미의 눈물을 안겼습니다. 5월 4일 KT 위즈와 홈경기 때인데요. 김회성이 9회말 2사 만루서 극적인 3타점 끝내기 2루타를 터트리면서 청주에서 아빠의 손을 잡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윤준서 군의 눈물샘을 터트렸죠. 윤 군의 우는 모습이 중계화면을 타면서 경기 후에도 한동안 화제가 됐는데요. 한화는 재빨리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윤 군을 수소문했고요. 결국 이튿날 새벽 연락이 닿은 윤 군 가족은 어린이날 당일 한화 구단의 초청으로 또 한 번 대전구장을 찾아 뜻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린이날의 의미를 좀더 생생하게 되새길 수 있었던 이벤트였습니다.



● 파이어볼러 A 선수, 그 뒤편에는….




B 선수에 대한 요즘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은 가히 엄청납니다. 마운드에 올라오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강속구를 던지기 때문이죠. 이 선수의 공은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인데요. “‘공이 살아서 들어온다’는 표현의 대표적인 예”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예요. 여기에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는 신중한 모습까지 더해져 팀의 상승세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B 선수에 대한 큰 관심에 비해 미디어에 나오는 이야기는 많지 않아요. 아직까지 올 시즌 B 선수에 관한 인터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B 선수가 개인사정으로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죠. B 선수는 현재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거나 혹은 같이 대화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일대 일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신이 ‘압박’을 받는 게 느껴지면 호흡이 빨라지고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고 합니다. 구단은 선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경기 외적으로는 휴식을 주는 상태고, 더불어 심리 치료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마운드 위에서는 강심장을 자랑하는 B 선수의 이면에는 이런 남모를 고충이 있었네요.

SK 문승원.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문승원의 롤 모델은 ‘연쇄 사인마’ 박종훈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SK 와이번스 선발 투수 문승원은 유독 팬들 앞에서 수줍음이 많아집니다. 팬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어도 “부끄러워서 잘 못 하겠다”고 해요. 그런데 절친한 팀 동료 박종훈이 평소 친근하게 팬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나 봅니다. 박종훈은 ‘연쇄 사인마’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만큼 KBO리그에서 훌륭한 팬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문승원은 이런 박종훈을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해요. “워낙 팬들에게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종훈이에게 배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박종훈은 “경기장을 자주 찾아오는 팬들의 얼굴을 기억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합니다. “매일 경기장에 와주시는 분들은 눈에 보인다. 웬만하면 다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래 팬들은 문승원이 예전보다 더 잘 웃고, 말수도 많아졌다고 느끼거든요. 앞으로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문승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근하게 다가가는 걸 잘 못해서 아직은 어렵다. 뭔가 낯간지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문승원이거든요.[스포츠동아 야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