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 맞은 여중생 하루만에 숨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30 1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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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전북 전주시에서 한 여중생이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를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4월 29일 오전 5시경 중학생 A 양(14)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A 양은 전날 오후 2시경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C병원을 찾았다. 내원 당시 A 양의 체온은 37.2도였다. C병원 의료진은 A 양이 B형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진단해 정맥 주사형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처방했다. A 양은 페라미플루 30cc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15분가량 맞은 뒤 항생제 등을 처방받아 귀가했다.



이후 A 양은 4월 29일 오전 1시 반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A 양은 전주 D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5시경 숨을 거뒀다. A 양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건강한 아이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양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A 양이 맞은 주사제와 진료기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하고 있다.

A 양에게 페라미플루를 처방한 C병원 의사는 “(A 양이) 독감으로 확진돼 주사제를 처방한 것”이라며 “지난해(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00여 명에게 같은 주사제를 처방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타미플루나 한미플루 등 오셀타미비르인산염 성분의 독감 치료제는 통상 닷새에 걸쳐 10회 복용해야 하지만 페라미플루는 링거 형식으로 15∼30분간 1회만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있어 일명 ‘원샷’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만 원 안팎의 약값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런 간편성 때문에 페라미플루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페라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7년 1만5491명에서 지난해(2018년) 6만7518명으로 급증했다. 올해(2019년) 1월엔 처방이 급격히 늘면서 페라미플루가 잠시 품절되기도 했다.

이 약에 들어간 페라미비르 성분은 미국 ‘바이오크리스트’사가 발견해 각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0년 8월 녹십자가 19세 이상 환자용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2018년) 8월엔 투약 허가 대상이 2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 페라미플루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고된 페라미플루의 이상 반응은 총 48건이다. 주로 울렁거림이나 발열, 두드러기 등이었다. 다만 2016년경 의약품 재허가를 위해 실시한 시판 조사 당시에는 일부 환자에게서 폐렴 등 호흡기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독감 치료제 복용 뒤 환자가 숨진 건 A 양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엔 11세 남자 아이가, 지난해 12월엔 13세 여중생이 각각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환각 증세를 보이다가 추락해 숨졌다. 페라미플루를 접종한 18세 남고생도 지난해(2018년) 12월 7층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은 페라미플루가 환각 등을 일으켰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독감으로 인한 것인지, 병원에서 처방받은 주사로 인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영민 minpress@donga.com /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