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PD가 밝힌 #동학농민운동 소재 #캐스팅 #고증 문제

정희연 기자
정희연 기자2019-04-17 17: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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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전봉준이 주인공이 아니다. ‘가족’과 ‘형제’를 내세웠다는 포인트에서 신파의 우려를 자아내는 동시에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기대 또한 높이는 ‘녹두꽃’이 4월 26일 베일을 벗는다. 첫 방송을 1주일여 앞두고 ‘녹두꽃’을 연출하는 신경수 PD가 취재진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자리를 열었다.

신 PD는 4월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녹두꽃’ PD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동학농민운동 125주년에서 시작된 드라마다. 어느 시대로 갈 것인지 고민하다 회의 끝에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해에 전북의 두 형제 이야기를 찾게 됐다”며 “역사적인 배경도 중요하겠지만 작가님과 내가 이 시대를 택한 이유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분노나 좌절,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대의 젊은이들이 겪은 고군분투와 좌절, 도약에 대한 이야기가 이 시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희망을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다. 조정석 윤시윤이 형제로 호흡을 맞췄으며 한예리와 박혁권 최무성 안길강 등이 출연한다. ‘정도전’, ‘어셈블리’ 등의 정현민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의 신경수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가장 궁금증을 자극하는 지점은 전봉준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이와 관련한 질문이 첫 번째로 나왔고 신 PD는 “우리도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그는 “두 달 정도 작업했는데 쉽지 않더라. 역사와 전봉준이라는 인물이 주는 아우라를 쉽사리 드라마로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전봉준에 매달리다 보면 ‘역사 드라마’로 흘러갈 수 있겠구나 싶어서 주인공을 바꿨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털어놨다.


신 PD는 “사실 회의를 하다 보니 과연 우리가 그리고 싶었던 건 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였다”며 “주인공을 전봉준으로 설정하면 이야기의 폭이 좁아질 수 있겠다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전봉준을 뒤에 두고 그리고 싶은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전봉준 등 역사 속 인물을 기대할거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고증에 맞게끔 캐스팅하려고 노력했고 싱크로율이 맞게끔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역사에만 매몰되지 않게끔 새로운 캐릭터로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특히 최무성이 연기하는 전봉준이 시청자에게 다가갈지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PD는 주연 배우 3인방에게 “현장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내게 큰 희망과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먼저 이복형제 중 형인 백이강을 연기하는 조정석에 대해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순발력이 있다. 큰 스타지만 소박하고 소탈하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언제나 ‘에너자이저’ 같다. 현장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후배 배우들과도 꼼꼼하게 호흡을 맞춰주면서 이끌어주더라. 맏형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복형제 중 동생인 백이현을 맡은 윤시윤에 대해서는 “깜짝 놀랐다. 철두철미하고 성실하더라. 내 대본은 정말 깨끗한데 윤시윤의 대본은 정말 새까맣게 메모가 되어 있다. 서너 가지의 대안을 완벽하게 준비해오더라. 그의 깊이 있는 반전과 대변신을 기대해 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복 형제와 함께 극중 또 다른 파란만장한 운명을 사는 철의 여인 송자인은 한예리가 맡았다. 신경수 PD와는 전작 ‘육룡이 나르샤’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신 PD는 “전작에서는 무사 캐릭터라 액션 신이 많았다. 나도 ‘이 배우와 깊이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는데 같이 작업하게 돼 정말 만족스럽다. 내적인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가 남성과 역사와 액션 위주의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육룡이 나르샤’에서 칼을 들고 날아다녔던 척사광이 우리 드라마에서 부드럽고 윤택 있게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고증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 PD는 “고증 문제를 두고 우리도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면서 “작가님이 정말 꼼꼼하다.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사료 연구를 통해 대본을 주고 있다. 우리도 되도록 어긋나지 않도록 고증과 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동학농민혁명 운동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더라. 일본과 청나라와 조선 정부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왜곡된 정보도 많이 있었다. 여러 사료들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면서 안전한 정보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드라마의 시점이 사극과 시대극 사이에 있다. 미술 작업에서도 굉장한 고민이 있었는데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서울의 이야기가 아니고 전주 일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1894년의 한양은 신문물이 많이 들어왔을 때인데 지방에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한양과 지방의 편차를 너그러이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너그러이’를 재차 반복하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솔직함이 인상적이었다.




근로기준법 문제의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지방 촬영이 많은 사극이라 더욱 지키기 어려울 터. 신 PD는 “근로시간을 넘어가는 주도 있다.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연출자로서 괴롭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칼같이 지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제작진-스태프 간의 회의와 B팀 도입, 주당 근로시간 안배를 통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뛰어주시는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우리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예능 시간대에 파격적으로 편성된 후 우려를 깨고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등 대박 성공을 거둔 ‘열혈사제’ 후속으로 들어간 ‘녹두꽃’. 이와 관련해 신 PD는 “‘열혈사제’가 끝까지 잘 될 것 같아서 좋다. 전작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은데 ‘내가 안 되면 어떡하나’하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은근히 ‘잘 나오면 안 되는데’ ‘떨어지면 안 되는데’를 오간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열혈사제’가 길을 잘 열어줘서 우리 프로그램에게는 행운인 것 같다. 우리 드라마도 시청자들이 도와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녹두꽃’은 4월 26일 금요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