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웅이고 보물인 아들 타이거… 너의 존재는 내 삶보다 더 큰 의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7 10: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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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자신에게 쓴 편지글을 듣고 있던 아들은 눈물을 훔쳤다. 옆에서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던 아버지의 눈가도 뜨거워졌다. 1998년 방영된 미국의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타이거 우즈(사진)와 아버지 얼 우즈였다.

당시 이들 부자는 얼 우즈가 쓴 ‘플레잉 스루’ 출간을 하루 앞두고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다. 진행자 윈프리는 책 말미에 실린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다. 이 편지는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작성됐다. 그 내용을 처음 접한 우즈는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애잔한 마음에 가슴이 요동쳤다.



이 편지에서 아버지는 ‘넌 나의 작은 영웅이고 보물이다. 하느님은 나에게 너를 양육하고 키우고 또 발전시키는 존재로 보내주셨다. 내 인생에서 네 관심사가 항상 1순위였다. 앞으로도 네 존재는 내 삶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소중히 여겼다. 아버지는 또 ‘너에게 울고 싶을 땐 울라고 가르친 기억이 난다. 그것은 약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너의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남들과 나누고 타인을 걱정하는 마음, 이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고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나는 너를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나누어 주었다. 너는 나보다도 훨씬 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네가 살아갈 세상에 아버지의 신념을 전달할 힘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네가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을 알고 있고 너는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것이다’라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20년도 더 된 이 부자의 편지 사연은 우즈가 15일 오랜 역경을 극복하고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끝이 보이지 않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메이저 정상에 선 우즈는 자신의 아들과 격하게 포옹했다. 이 장면은 22년 전 처음 마스터스 정상에 섰을 때 아버지와 껴안던 아들 우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영국 방송 B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즈의 편지를 소개했고,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서도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조명을 받았다.


책 제목인 ‘플레잉 스루’는 골프에서 뒤 팀이 앞 팀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플레이할 때 쓰는 용어로 난관을 극복하고 앞서 나간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얼 우즈는 이 책에서 13세 때부터 부모 없이 누나 밑에서 자란 사연, 베트남전쟁 참전 등 자신의 개인사와 아들을 길러낸 과정을 담았다.

우즈는 한때 백인의 전유물이던 골프에 매달리면서 어려서부터 인종 차별에 시달렸다. 집에 돌이 날아들었고, 골프클럽에서 음료수를 사거나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힘들었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때론 심한 말까지 써가며 혹독하게 우즈를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