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았지만 슬픔에 잠긴 美지역신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7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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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의 퓰리처상을 탔지만 축하는 없었다.”

2019년 퓰리처상 특별상 부문 수상자로 뽑힌 미국 메릴랜드 지역 언론 캐피털가제트에 대해 영국 BBC는 4월 15일 이같이 전했다. 규모가 작은 언론사가 미 언론계에서 최고 권위의 상을 받으면 당연히 기뻐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난해(2018년) 총격으로 숨진 다섯 동료를 기리는 1면 기사로 받은 상이기 때문이다.

30대 백인 남성인 재러드 라모스는 2018년 6월 28일 캐피털가제트 편집국에 난입했다. 그는 2012년 캐피털가제트가 자신의 범죄적 희롱(criminal harassment) 사건을 보도해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기자들을 위협해 왔다. 그의 총격으로 존 맥나마라, 웬디 윈터스, 리베카 스미스, 제럴드 피치먼, 롭 히아슨 등 언론인 5명이 숨졌다. 캐피털가제트는 “언론에 대한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며 사고 다음 날에도 신문을 발행했다. 지난해(2018년) 12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5명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등과 함께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캐피털가제트 직원들은 말없이 서로를 껴안으며 숨진 동료를 추모했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상금 10만 달러를 수여하며 “언론 발전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총기 난사를 보도한 또 다른 미 지역신문 두 곳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상 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로는 지난해(2018년)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의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보도한 플로리다 지역언론 사우스플로리다선센티널이 선정됐다. 지난해(2018년)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를 보도한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긴급뉴스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파헤친 기자들도 지난해에 이어 상을 받았다. 대통령 재산을 18개월간 조사한 뒤 자수성가 주장이 틀렸다고 밝힌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은 해설 부문,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에게 2016년 대선 기간에 건네진 비밀 보상금을 파헤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들은 국내보도 부문 수상자가 됐다. 미얀마 군부가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학살한 사건을 취재한 로이터통신 기자들 및 예멘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AP통신 기자들은 국제보도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폐쇄 조치로 딱한 처지에 놓인 중남미 이민자(캐러밴)의 사진을 찍어 큰 반향을 일으킨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45)는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김경훈, 마이크 블레이크, 루시 니컬슨, 로런 엘리엇 등 로이터 사진기자들은 지난해(2018년) 11월 25일 이민자 행렬에 속해 있던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메사(40)가 미-멕시코 국경에서 5세 쌍둥이 딸을 데리고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담았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이민자들의 긴박함, 절박함, 슬픔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묘사했다”고 평했다.

로이터 도쿄지국에서 근무하는 김 기자는 4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캐러밴 사태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실된 보도를 했고 완성도 높은 사진을 찍었다고 자평한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진솔하고 솔직한 사진은 고유의 힘을 가질 뿐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2002년부터 로이터에서 일한 그는 최근 저서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를 출간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