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학생-학부모 평등권 침해”… 文정부 ‘자사고 폐지’ 정책 멈칫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2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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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1일 ‘중복 지원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불합격 시 일반고에 진학하기 어려워지면 학생들의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선발하도록 한 규정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고교서열화와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자사고에 지원하길 희망하는 중3 학생은 지난해처럼 일반고에도 동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 1명 차이로 동시 선발 ‘합헌’


헌재는 이날 “평준화 지역 자사고 불합격자는 자기 학교 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비평준화지역 학교에 진학하거나 고등학교 재수를 해야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중복지원 금지 원칙만 규정하고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해 아무런 진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9명 중 최소 6명이 필요하다. 위헌 의견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가 부족해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헌재는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한 취지는 일반고와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학생을 먼저 선발하게 한 것”이라며 “하지만 학교 유형 간 학력 격차가 확대돼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규정하는 것의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자사고를 전기학교로 유지할 경우 우수학생 선점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해 고교서열화 현상을 완화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을 신속히 개정하겠다”며 “자사고 폐지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자사고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동시 선발까지 위헌이 나와 자사고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 일반고 배정 유불리는 지역 차



과거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전기고는 8∼11월, 일반고인 후기고는 12월 이후에 학생을 선발했다. 전기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해 학교 간 격차가 커진다는 비판에 따라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2017년 12월 개정했다.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도 금지했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교육청이 배정해주는 정원 미달 일반고나 비평준화 지역 학교에 가게 한 것이다. 이에 자사고 측은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같은 해 6월 헌재가 중복지원 금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지난해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다.

11일 헌재 결정으로 올해 중3 학생들의 고입 방식도 달라질 게 없다. 자사고 외고 등 선발은 12월에 진행된다. 자사고 지원자는 1지망으로 자사고, 2지망으로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할 경우 선호되는 일반고에 입학할 가능성은 지역마다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서울은 1지망에서 서울 시내 학교 정원의 20%만 뽑는다. 1지망에서 선호 학교 정원이 마감되는 게 아니므로 자사고 불합격자에게도 큰 불이익이 있진 않다. 반면 전북 전주는 일반고에 1지망으로 지원하는 학생부터 학교 정원의 100%를 채운다. 이에 자사고 불합격자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선호하는 일반고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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