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력갱생” 25차례 거론… 제재 안풀면 대화 거부할듯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2 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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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상무위원과 함께, 올해는 김정은 혼자 단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4월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 열린 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적대세력에게 타격을 줘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제3차 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단상에 올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위상을 과시하려는 듯 혼자 단상에 올랐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의 전략 노선을 정하는 4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25번 직접 언급했다. 김일성 항일유격대 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자력갱생론’을 다시 끄집어내면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한 적대세력에게 타격을 줘야 한다”고 한 뒤 당의 핵심인 정치국 위원들을 절반가량 교체하면서 고위 간부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 위원장은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집권 2기 구성을 마치고 대미 장기전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상무위원들 물리고 혼자 단상에

노동신문은 4월 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내용을 소개하며 “(김 위원장이) 변천된 국제적 환경과 날로 첨예화되는 현 정세에 대해 밝히면서 최근에 진행된 조-미 수뇌(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고 4월 11일 전했다. 2월 28일 하노이 합의가 결렬된 지 42일 만에 당원들에게 북-미 회담을 설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밝힌 것.

북한 매체는 전원회의 내용을 전하며 자력갱생을 총 28번 언급했고, 이 가운데 25번은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는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총돌격전, 총결사전을 과감히 벌이는 것이 4차 전원회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은 ‘존립의 기초’ ‘영원한 생명선’ ‘확고부동한 정치노선’으로도 포장됐다. 실천 방안으론 △통일적 지도 강화 및 실리 보장 △효율을 높이는 경제 사업 조직 진행 △절약 투쟁 강화 등을 꼽았다. 뚜렷한 제재 돌파구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 정비 및 효율성 향상 강조에 그친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 ‘당 브레인’ 정치국 절반 물갈이



김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붉어진 얼굴로 주먹을 쥐고 손가락질을 하는 등 참석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또 주석단에 혼자 앉았다. 지난해(2018년) 4월 20일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상무위원 3명과 함께 앉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면서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대미, 대남, 대내 정책을 조직·지도하는 당의 핵심 정치국의 절반을 물갈이했다. 상무위원을 제외한 25명 가운데 위원 7명, 후보위원 6명 등 총 13명이 교체된 것이다.


새 위원에는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 리만건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휘·박태덕 당 부위원장, 김수길 총정치국장, 태형철 김일성종합대 총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등이 발탁됐다. 후보위원에는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하는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비롯해 김덕훈·리룡남 내각부총리, 박정남 강원도 당 위원장, 리히용 함경북도 당 위원장, 조춘룡 당 중앙위 위원장 등 6명이 편입됐다. 물러나는 인사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제 정책을 지휘하던 박봉주 내각총리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했다. 후임에는 이날 정치국 위원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된 김재룡 당 위원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덕훈 내각부총리 승진 가능성도 나온다. 하노이 이후 ‘김정은의 대미 스피커’ 역할을 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 지난해 공연단을 이끌고 평창을 찾았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나란히 중앙위 위원에 발탁됐다. 현송월은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최선희는 후보위원도 거치지 않고 위원이 됐다. 2017년까지 군수공업부장을 맡으며 핵·미사일 개발을 관장했던 리만건은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올라섰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여전히 대미 라인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