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겐 황당한 ‘두 유 노’ 질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2 19:00:01
공유하기 닫기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얼마 전 다른 외국인 두 명과 온라인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다. 주제는 ‘외국인에게 물어보는 두 유 노(Do you know?) 질문’이었다. 당신이 외국인이고 한국 사람과 5분간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두 유 노” 질문을 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도 한국에 15년 정도 살며 그런 질문을 수백 번 들었다. 처음에는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아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대부분은 나와 친해지려고 좋은 마음에서 하는 것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PD가 20여 명의 얼굴 사진을 출연자에게 보여줬다. PD는 ‘두 유 노 클럽 회원들’이라고 설명하며 “이들 중 아는 사람들을 선택해 보라”고 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캡틴 박지성, 윤성빈 스켈레톤 선수같이 한눈에 알아본 사람도 있었지만 전혀 알 수 없는 얼굴들도 있어 다 맞히지는 못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분을 위해 ‘두 유 노 질문하기’ 가이드를 준비했다. 한국인들이 자주 묻는 두 유 노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을 알려드린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첫째, 내가 그간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은 “두 유 노 김치?”다. 한국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추진했고 김치는 수많은 나라에 퍼졌다. 내 고향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는 한식집이 있고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은 누구나 김치를 안다. 한국과 관련된 블로그나 여행가이드,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김치를 접해 보지 못했다면 그는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다. 이런 사람을 본다면 망설이지 말고 ‘맨 인 블랙’(영화에서 외계인을 잡는 수사대)을 부르는 게 좋다.

글로벌 브랜드인 S전자나 H자동차를 아느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본다. S사는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이미 대대적으로 광고판을 내걸었고 첼시 등 여러 스포츠팀의 후원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 브랜드다. H사의 차도 세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

또 자주 받은 질문은 “두 유 노 독도?” “두 유 노 동해?”다. 유감스럽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은 이 이슈에 관심이 없다. 서양 상류사회에서는 대화 중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무례하게 여긴다. 특히 동해나 일본해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명칭은 명칭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동해라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거북할 수도 있다. 혹 물어보더라도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국해협을 빗대 생각해보자. 영국인은 잉글랜드해협, 프랑스인은 라망슈라고 부른다. 또 어차피 한국에 오래 있으면 동해라고 읽게 된다.


요새 벚꽃이 피는 시기다. “두 유 노 포시즌(사계절)?”이라는 질문이 등장할 때가 됐다. 한국에 사계절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한국인들이 많은데 좀 어이가 없다. 열대지역에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많은 국가들이 사계절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봄과 가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질문도 이제 은퇴시켜도 좋을 듯하다.

나는 축구 ‘광팬’이다. 영국 2부 리그팀 셰필드 웬즈데이를 40년 가까이 응원했고 K리그 명문팀 FC서울 시즌권을 10년째 소유하고 있다. 취미가 축구라고 하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두 유 노 지성 팍?” “두 유 노 손흥민?”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멘붕’이 된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상대방의 수준에 맞는 질문을 했으면 한다.

더 황당한 두 유 노도 있다. 자기가 옛날에 어디서 만났던 영국인을 아느냐고 물어볼 때다. 당연히 알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질문을 하기 전에 내가 ‘그 영국인’과 잠재적인 연결선이 하나라도 있는지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런 질문들을 받는 것을 내 팔자라고 이제 인정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질문을 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들이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는 두 유 노 질문을 할 때는 조금만 조심하도록 합시다.

폴 카버 영국 출신 서울시 글로벌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