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0만원에 깨진 사촌 형제愛… ‘입대 돌려막기’ 54년만에 들통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11 10:23:20
공유하기 닫기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1965년 전남지역에 살던 A 씨(73)는 “내가 직장에 다니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대신 입대해 달라”는 사촌형 B 씨(74)의 부탁을 받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촌형 집안 사정을 잘 알던 A 씨는 이듬해 사촌형 행세를 하며 현역 입대했다.

A 씨가 복무하던 1967년 정작 자신 앞으로 입대 통지서가 나왔다. A 씨 가족과 B 씨 모두 당황했다. B 씨는 자신의 친동생 C 씨(71)를 A 씨 대신 입대하도록 했다. A 씨 이름으로 입대한 C 씨의 부대는 그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 이듬해 C 씨 명의로 입대 통지서가 나왔다.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던 B 씨는 동생 C 씨 대신 입대해 복무했다.

사촌지간 3명이 군 행정을 농락하며 자행한 ‘입대 돌려 막기’는 54년간 묻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2018년) 12월 C 씨가 A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A 씨에게 2004년부터 지급된 베트남 참전 보훈급여금 7400만 원이 불씨였다. 실제 C 씨가 참전했지만 파병 병사 이름은 A 씨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 돈을 C 씨와 나누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병무청 문서에 A 씨가 베트남 파병 용사로 돼 있다며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정경진)는 50년 넘은 병적기록부를 살펴본 결과 A 씨와 C 씨의 흑백 증명사진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A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A 씨가 받은 보훈급여를 환수하라고 국가보훈처에 통보했다고 4월 10일 밝혔다. 이 3명의 병역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