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인 기억력, 뇌 전기 자극으로 20대 시절처럼 회복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4-10 16: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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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60세 이상 노인들의 뇌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20대 젊은이 수준으로 기억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P통신, 라이브 사이언스 등 외신이 4월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떨어지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다시 젊은 시절처럼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같은 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작업 기억은 잠깐 머릿속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을 활용해 추리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가 약을 먹거나,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고 돈을 내거나, 계산하는 것도 바로 이 작업 기억 덕분에 가능하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작업 기억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게 된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로버트 라인하르트(Robert Reinhart) 신경과학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60~76세 노인 42명과 20~29세 청년 42명을 대상으로 전류 실험을 진행한 결과, 노인들의 작업 기억이 젊은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경두개 교류 자극 장치가 부착된 뇌전도(EEG) 모자를 씌우고, 아주 가벼운 전류를 50분간 흘려보내면서 컴퓨터 화면으로 작업 기억 테스트를 진행했다. 동시에 작업 기억과 관련된 전두엽과 좌측두엽의 뇌파 흐름을 관찰했다.


전류 자극을 하지 않았을 때는 노인들에 비해 젊은이들의 작업 기억 점수가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뇌에 약한 전기 자극을 주자 상황은 달라졌다. 실험이 진행된 동안 노인들의 점수가 확 올라가 젊은이들의 점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실험이 끝난 후 50분 동안 기억력 향상 효과는 지속됐다.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라인하르트 교수는 “사람마다 기억력 향상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극이 멈춘 후 5시간 이상 지속했다”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경우 전류를 보냈을 때와 안 보냈을 때 차이는 거의 미미했다. 청년들의 경우 전두엽과 작업기억 영역이 주기적으로 동기화돼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뇌 전기자극 기술을 활용해 핵심 뇌 영역을 분리함으로써 청년들의 작업 기억을 일시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팀은 발견했다.


라인하르트 박사는 “뇌 전기 자극을 통해 노인들의 작업 기억 저하를 되돌릴 수 있고, 회복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언젠가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노화와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로 감소한 기억력을 향상하려 진료소를 방문하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른 연구진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신경과 인지과학 교수인 배리 고든 박사는 “정신적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런던대학의 정신의학자인 로버트 하워드(Robert Howard) 교수는 “아직 기억력 회복 효과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하워드 교수는 “작업 기억을 되살리려다 다른 뇌 부위의 손상이 올 수도 있다”라며 “임상에 도입하기 전에 철저한 재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하르트 교수도 치료제로써 공식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