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대기업 수석 입사’ 엄친아의 배신

소다 편집팀
소다 편집팀2019-04-14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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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후 등장한 신조어 ‘엄친아’ ‘엄친딸’은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훌륭한 학생들에게 칭찬 처럼 붙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요즘엔 꿈을 획일화하는 장애물로 여겨지고 있다.

황희준 군(18)은 “원래부터 부모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말”이라면서 “자녀 입장에서 엄친아가 이상적인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엄친아’의 공식에 갇혀 있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엄친아’ ‘엄친딸’을 거부한 사람들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수석 입사했던 김현성 씨(37)는 지난 2014년 ‘엄친아’의 길을 포기했다. 오래전부터 가졌던 셰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퇴사를 결정한 것.

당시 부모님은 “잠이 안 온다”면서 반대했다.


32세 초짜 요리사 지망생을 받아주는 가게는 없었다. 그는 음식점 서빙부터 시작해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영국에서 연수를 받으며 요리사가 됐다.

이후 서울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내가 갈 길을 내가 정해 후회는 없다”면서 “부모도 이제는 내 길을 이해해주신다”라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이하영 씨(21·여)의 직업은 ‘농부’다. 농사에 ‘꽂힌’ 건 열네 살 때였다.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의 책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가 문제였다. “농업고에 가겠다”는 딸의 폭탄 발언에 이 씨의 부모는 뜨악해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 최고라며 만류했다.

이 씨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며 한 달 넘게 설득하고서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라”는 부모의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올해는 논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 씨는 훌륭한 ‘딸기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가장 좋아하는 맛 좋은 딸기를 4계절 내내 재배해서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어서다.


부모들도 딱히 '엄친아' 바라지 않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DB
부모들도 ‘엄친아’를 딱히 바라지 않는 분위기이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송 모 씨(43)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도 졸업 전부터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엄친아 보다는 아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도록 돕는 게 목표라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친아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쳐도 부모 세대만큼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치관에 맞는 직업을 찾으려는 흐름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글은 동아일보 기사 '“엄친아? 비교 좀 그만, 나는 나!”… 부모가 강요하는 성공방식 거부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