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정부, 판사들 ‘가발’ 수입에 예산 써 빈축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4-08 17: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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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ulawayo24.com
“허례허식 말고 나라 살림이나 잘 해라.” 모든 나라 국민들이 자국 정부에 전하고픈 말일 것이다.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알차게 활용해 주길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지만, 걷은 세금을 물 쓰듯 낭비했다는 기사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짐바브웨 정부는 법관들이 쓸 고풍스러운 ‘가발’을 수입하는 데 수 천 달러를 써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CNN은 현지 독립언론을 인용해 최근 짐바브웨 정부가 법관용 가발 64개를 영국에서 수입하는 데 큰 돈을 썼다고 4월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 털로 만든 법관용 가발은 한 개당 영국 돈으로 1850파운드(약 276만 원)나 되며 총액은 11만 8400파운드(약 1억 7700만 원)에 달한다. 특별한 날에 착용하는 행사용 가발은 2495파운드(약 373만 원)를 호가한다. 가발을 제작한 영국 회사 ‘스탠리 리(Stanley Ley Legal Outfitters)’회장 스탠리 긴스버그 씨는 짐바브웨에 가발을 판매한 것은 사실이나 판매 수량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국민들과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가발구입 소동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더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체 가발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전통을 계속 이어갈 필요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제작자 겸 언론인인 호프웰 친오노(Hopewell Chin’ono)씨는 자국의 예산 집행력을 ‘재앙 수준’이라 표현하며 “어린이 병동에 줄 붕대와 약도 없는 나라가 영국에 거액을 주고 가발을 사다니,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식민지 시대 잔재를 청산하고 국력을 키우자고 주장하는 지도층들이 흉물스러운 가발을 쓰고 있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스탠리 리 사 회장 긴스버그는 “법조계에서 유니폼은 매우 중요하다. 법관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 주는 전통이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판사가 하얀 곱슬머리 가발을 쓰는 서양식 풍습은 현재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 대부분에서 사라졌으나 짐바브웨를 비롯 말라위, 가나, 잠비아 등에서는 여전히 법정에서 가발을 착용한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