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아무도 찾지 않은 아기…‘미혼’ 간호사가 입양

celsetta@donga.com2019-04-08 15: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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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친어머니 배 속에서 여덟 달 동안 자라다 세상에 태어난 미국 여자아기가 있었습니다. 축복받아 마땅한 탄생일에도 아기를 안아 줄 가족은 없었고, 마약 중독자였던 어머니는 심각한 중독증세를 물려받고 태어난 딸을 남겨두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특수 치료가 필요했던 아이는 곧 매사추세츠 주 어린이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주 정부에서 아이의 양육권을 확보함으로써 한 고비는 넘겼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도 찾아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고아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 간호사 리즈 스미스(Liz Smith·45)씨는 이상하게도 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결국 그는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Franciscan Children's
스미스 씨는 최근 NBC방송국 아침뉴스 프로그램 투데이(Today)에 출연해 자신과 딸 ‘지젤(Gisele)’의 놀라운 인연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영양공급 튜브를 달고 누워 있는 작은 아기 천사 지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어느 날 퇴근한 뒤 집에서 ‘지젤’이라고 소리 내어 말해 본 순간 아이를 입양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고 지젤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스미스 씨는 결혼 경험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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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결정을 한 계기를 묻자 그는 “19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때 나는 ‘언젠가 나도 내 어머니처럼 멋진 엄마가 돼서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답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스미스 씨는 조카들에게도 멋진 이모, 고모가 되어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은 안 하더라도 ‘좋은 엄마’는 되고 싶다는 스미스 씨. 그는 지젤의 양육권을 상실한 친부모가 받을 심적 고통도 걱정된다며 속 깊은 면모를 보였습니다. 자신이 큰 선물을 얻은 만큼 누군가는 영원히 친권을 상실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데요. 친부모의 몫까지 지젤을 잘 키워내겠다고 다짐한 덕분인지 아이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제 두 살이 된 지젤은 여전히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며 몸무게도 10.4kg밖에 되지 않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활발하고 치즈·아보카도·피자를 좋아한다네요. 특히 노래를 좋아해서 엄마에게 ‘당신은 내 햇살(You Are My Sunshine)’ 노래를 자주 불러준다고 합니다.

스미스 씨는 “아이가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전 속으로 ‘맞아, 너는 내 햇살이야’라고 생각하곤 하죠”라며 웃음지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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