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인 나는 보고 싶다, 모자이크 없는 맛있는 화면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05 11: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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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
한국 방송에서는 외국과 다른 색다른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은 예를 하나만 들고자 한다. 바로 모자이크(음성변조 포함) 처리다. 뉴스나 교양 또는 예능, 영화를 볼 때 모자이크 화면이 자주 보인다. 뉴스에서는 목격자나 제보자의 얼굴을 흐리게 하거나 아예 가린다. 물론 이유는 안다. 어떤 경우 언론에 출연하는 것이 위험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기법이 너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보면 모자이크 처리 안 된 사람을 보기가 더 힘들 정도다. 단순한 길거리 인터뷰도 모자이크 처리된다. 심지어는 회사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통화할 때도 음성을 변조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뉴스를 알아듣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모자이크 처리로 입술이 안 보이고 음성이 변조되면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과도한 모자이크 처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듯한 효과 때문이다.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처리 된 사람을 보면 로봇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장면이 나오면 짜증 나서 채널을 돌리고 싶지만 아내가 반대한다. 형대조 전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는 2015년 ‘다큐멘터리, 현장을 말한다’란 책에서 이렇게 썼다.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모자이크를 하면 사람들을 섭외하기가 용이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섭외하지는 않지만, 섭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야 할 때, 제작진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도 한 것이죠.…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고 공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요즘 뉴스 PD들은 나와는 생각이 다르거나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제보자나 목격자의 신변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하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바빠서 인터뷰 대상자에게서 얼굴을 내보내도 될지 허락을 받을 심적 여유가 없는 것인가. 설마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니길 바란다. 여러모로 궁금하다.


신변보호 외에 다른 것도 모자이크 된다. 수갑을 찬 용의자가 나타날 때 수갑을 타월로 가리지 않으면 수갑 부분을 흐리게 처리한다. 왜 그럴까. 내가 알기로는 경찰 내부 지침과 한국인권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가 준 지침에 의거해 ‘용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경찰 사이에 서서 고개를 숙인 사람을 보면 아무리 수갑을 가린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이미 마음으로 수갑을 보지 않을까.

뉴스 외에 다른 프로그램, 특히 재연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도 부분적으로 모자이크 된 경우가 많다. 찌르는 무기나 물건, 예를 들어 칼이 나올 때, 담배를 피울 때, 시체나 몸에 상처가 나올 때, 야하다고 여겨지는 신체 부위가 나올 때 모두 모자이크 된다. 결국 범죄 수사 드라마나 공포 영화를 TV로 보면 나오는 것보다 안 나오는 것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웃기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답답한 것은 맛있는 음식을 파는 맛집 또는 유익한 정보를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그곳의 이름, 간판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듣자 하니 방송 간접광고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과도한 듯싶다. 내가 만약에 식당 주인이라면 제작진이 하루 이틀 동안 내 식당을 촬영하고 싶다며 촬영하고 갔을 때, 최소한 식당 이름이 제대로 나오기를 원하지 않을까. 아무튼 한국 방송은 외국에 비해 간접광고를 유난히 꺼린다. 그렇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셜록 홈스처럼 기가 막히게 모자이크 된 맛집들을 찾아내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만큼은 답답해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칼럼에 쓸 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면 어떨까. 독자들이 나만큼 답답해할까.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