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가 기가 막혀 “아멘”… 기막힌 경치에 또 “아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06 1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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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대회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총상금이 1250만 달러(약 142억 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모든 프로 골퍼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단연 마스터스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이른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모든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11일부터 15일까지 열전에 들어간다.

무엇이 마스터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친동생 나상욱(미국명 케빈 나)을 따라 3차례 마스터스 대회를 참관한 나상현 SBS 해설위원(사진)을 통해 마스터스가 특별한 이유를 알아봤다. 꿈같이 아름답지만 냉혹한 곳이다.





○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은 통상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딩을 할 수 없다. 그 가운데 공략하기 너무 어려워 ‘아멘’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해서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13번홀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멘 코너(11∼13번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12번홀(파3) 전경. 개나리를 뜻하는 ‘골든벨’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12번홀은 155야드로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의 18개 홀 가운데 가장 짧다. 하지만 평이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린의 폭이 좁은 데다 그린 앞에는 개울이 지나고, 그린 주변 곳곳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선수들은 클럽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 상황에 따라 6번 아이언부터 9번 아이언까지 다양한 클럽을 사용한다. 마스터스 홈페이지 캡처
나 위원은 “아멘 코너는 골프장의 한쪽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무척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 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면 누구든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TV 중계 화면에는 담기지 않는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측은 이를 위해 잔디 관리와 조경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만개한 분홍 철쭉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개막에 맞춰 철쭉이 피게 하려고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 왔다. 녹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일정한 색깔의 그린과 한결같이 파란색을 유지하는 연못도 노력의 산물이다. 누렇게 변한 잔디에는 녹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연못에도 푸른색 식용 색소를 넣는다.



○ 숨겨진 발톱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다. 거의 해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대형 사고’가 속출하는 대회가 바로 마스터스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2017년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1라운드 15번홀(파5) 한 홀에서만 8오버파를 치며 13타(옥튜플 보기)를 적어 냈다. 2015년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는 2016년 대회 때도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멘 코너인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며 2년 연속 그린재킷을 입는 데 실패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2011년 대회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10번홀(파4) 트리플 보기, 11번홀(파4) 보기, 12번홀(파3)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나 위원은 “전 세계 많은 골프장을 가 봤지만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 그린이 가장 빠르다. TV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코스와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엄청 심하다”며 “내리막 라이에 서면 공을 세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온 그린을 해도 3퍼트가 쉽게 나온다. 핀 위치에 따라 세컨드 샷, 서드 샷을 정확한 위치에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는 대회 기간에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55야드의 짧은 파3 홀인 12번홀은 좁은 그린과 워터 해저드, 변화무쌍한 바람 때문에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힌다.



○ 마스터스는 신비한 대회


장소를 바꿔 여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매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 골프장은 회원 신청을 아예 받지 않는다. 결원이 생길 때 초청장을 발부해 가입 여부를 묻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새 회원을 뽑는다. 300명 내외로 알려진 회원 가운데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가 워런 버핏,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포함돼 있다.

최초의 흑인 회원은 1990년, 첫 여성 회원은 2012년에야 받아들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 씨가 주인공이었다. 나 위원은 “이 골프장에 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스터스를 신비하게 느끼는 선수가 많다”고 했다.

마스터스는 PGA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나 전년도 PGA투어 대회 우승자를 포함한 19가지의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들만 초청한다. 4월 4일 현재 2019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쥔 선수는 86명에 불과하다. 4월 5일 시작된 발레로 텍사스 오픈 우승자가 마지막 1장의 티켓을 잡을 수 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김시우가 유일하다. 재미동포로 범위를 넓히면 나상욱과 마이클 김 등 3명이 ‘명인열전’에 초대받았다.

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