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버닝썬 보도… 中 젊은이들 왜 주목할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01 10: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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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지난 3월 27일 저녁, 진행 방식이 독특한 강좌에 참여했다. 중국의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격)에 마련된 채팅방에 강연자들이 음성을 남기는 형식이었다. 중국 싱크탱크 차하얼(察哈爾)학회가 마련한 강좌의 주제는 ‘한국 매체와 권력 간의 게임’.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한국 언론의 역할에 주목한 것인데 중국에선 보기 드문 내용이었다. 강연자는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초대 한국특파원 출신 장중이(張忠義) 차하얼학회 부비서장, 한국에서 유학한 량리창(梁立昌) 화이베이(淮北)사범대 정법학원 국제정치학과 강사. 채팅방에 200명 넘는 중국인이 모였다.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해 “과도한 경쟁이 야기한 소설식 보도의 문제가 나타났다”(장) “한국 언론의 분열은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한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량)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는 한국 언론의 가치와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 언론의 자유, 다양성, 정권 감시와 비판 기능이었다.

“한국은 기자가 대통령이든 경찰 수장이든 일반 국민이든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버닝썬 사건 취재도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작은 것부터 진실을 규명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봅니다.”(장) “대형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입장은 다원적이에요.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는 한국 언론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우리(중국)가 배워야 할 점이에요.”(량)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언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서 “승리 사건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에게 감탄한다”는 내용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리 사건을 밀착 취재하는 한국 언론의 모습이 그들에겐 무척 낯설었던 모양이다. 언론 통제에 익숙한 중국인들이 한국의 언론 자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주목할 만하다.


한 20대 중국인은 기자에게 “정부 권력 배후의 문제를 취재하고 정부와 맞설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위챗 채팅방 강좌에서 한 중국인이 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중국)에선 사건 보도를 정부 부처가 인위적으로 억압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나요?”

“한국에서 정부는 (언론을) 함부로 할 수 없어요.”(량)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를 비판해 온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과 교수가 정직 처분 뒤 조사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궈위화(郭于華)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자가 발표하지 못할 게 어디 있는가’라는 글로 비판했지만 이내 삭제됐다. 궈 교수는 한 외신에 “용감해서 글을 올린 게 아니라 (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두려워 글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도 중국은 언론과 비판의 자유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은 이처럼 비판과 직언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울지 못하는 매미(한선·寒蟬) 현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칭송했다지만, 이처럼 언론을 울지 못하는 매미로 만들려는 권력은 앞으로도 부단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