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노이서 北에 ‘핵무기-핵물질 美로 반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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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4-01 09: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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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왼쪽), 김정은. 동아일보DB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로이터통신이 지난 3월29일(현지 시간) 일부 공개했다. 빅딜 문서에는 미국이 정의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필요한 요소들이 핵무기 미국 이전, 핵시설 및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해체 등 광범위한 비핵화 조치 요구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가 입수한 ‘빅딜 문서’ 영문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 인프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과 관련 이중용도 능력(군사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능력), 탄도미사일 및 발사 장치,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하라”고 북한에 요구했다.



이 외 문서에는 △핵무기와 핵분열 물질을 미국에 이전하고 △핵 프로그램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는 한편 △핵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을 중단하고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과학자 및 기술자가 상업 활동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요구사항이 담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글본과 영문본으로 된 이 문서를 2월 28일 김 위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 문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리비아 모델(선비핵화, 후보상)’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김 위원장에게 모욕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러한 요구는 (북한이) 몇 번이고 거절했던 것”이라며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모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빅딜 문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지난 3월 30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디브리핑을 받고 있었다”고 답했다.


속속 공개되는 하노이 회담 전말은 미국이 북측에 요구한 비핵화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핵물질 핵무기 이전 요구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2018년) 5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어 협상의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은지 wizi@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