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쫄깃 속초 생선찜 입안에서 살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30 2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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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에 있는 해리수 ‘가오리찜’. 임선영 씨 제공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따스한 봄이 왔나 싶다가도 코끝이 매큼한 바람에 시리다. 재채기를 하다가 매콤하고 따뜻한 음식과 술 한잔으로 저녁을 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옷깃을 여미고 생선찜 집을 찾는다. 생선찜을 주문하자 주인은 그때부터 분주하게 조리한다. 무를 자박자박하게 끓이고 감자는 포슬포슬 익히고, 칼칼하게 매콤한 양념인데 생선살은 말갛게 쪄낸다.

강원 속초에서는 오래전부터 생선찜을 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동해에서 잡아 올린 계절 생선에 고춧가루 양념을 하고 갖은 채소와 콩나물을 얹어 먹는 요리이다. 갈치조림이나 고등어조림 등 흔히 알고 있는 생선조림과는 차별점이 있다. 속초식 생선찜은 양념이 조금 묽은 편이다. 매운탕과 조림의 중간 지점. 칼칼하고 개운하여 밥을 말아 먹어도 일품이다. 특히 신선한 생선살은 담백한 감칠맛이 양념에 묻히지 않는다.



속초에 자리한 해리수는 14년째 한곳에서 생선찜을 하는 집이다. 특히 가오리찜이 유명한데 붉은 고춧가루로 맛을 내지만 기분 좋게 식욕을 돋울 뿐 입을 자극하지 않는다. 쫀득하게 익은 가오리는 지느러미 뼈 사이로 순백의 보드라운 살점을 내어 준다. 뼈째 입안에 넣고 혀로 지느러미 사이사이를 헤엄치듯 발라 먹으면 젤리 같은 껍질, 고소한 속살, 오돌토돌 씹히는 연골이 입을 가득 채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감칠맛 나는 찜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장치찜도 유명하다. 가오리는 외국산이지만 장치는 속초 바다에서 잡힌다. 장어와 아귀의 장점을 두루 갖춘 장치는 매끈하면서도 진한 영양이 있어 몸보신으로도 좋다.

1965년부터 생선요리를 해온 후포식당은 푸짐한 모둠생선찜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전골냄비에 끓이면서 먹는 방식이다. 자작하게 졸여지는 국물은 양배추의 단맛이 스며들고 무가 시원하게 갈무리한다. 칼칼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매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 맛이 이곳의 비법이다. 생선은 계절에 따라 서너 종류가 들어가는데 도루묵, 가오리, 청어, 가자미, 운이 좋으면 장치가 들어가기도 한다. 당일 선도가 가장 좋은 생선을 골라준다. 도치 숙회도 별미고, 기본 찬으로 나오는 간장게장과 가자미식해는 곰삭은 깊은 맛을 보여준다.

속초항뱃머리는 속초 출신 사장님이 서울에 올라와 문을 연 곳이다. 매일 속초에서 공수한 생선으로 요리를 한다. 장치조림을 주문하면 가자미나 청어를 같이 넣어 주기도 한다. 대파와 무를 듬뿍 넣어 달큼하고 기분 좋은 시원함이 압권이며 껍질이 쫄깃한 장치와 고소한 가자미의 살이 생선의 감칠맛을 가르쳐준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해리수: 강원 속초시 온천로 285. 가오리찜 3만5000원, 장치찜 4만 원.

○ 후포식당: 강원 속초시 중앙로108번길 22. 모둠생선찜 2만5000원, 장치찜 3만 원, 도치숙회 1만5000원.

○ 속초항뱃머리: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69. 장치조림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