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 상궁처럼… 김정은 식사전 수행원들 시식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8 10: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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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수행원들에게 먼저 시식하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 왕들이 식사하기 전 먼저 음식을 먹고 독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던 ‘기미(氣味)’ 상궁 역할을 수행원들에게 맡긴 셈이다.

회담 장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의 폴 스마트 총괄조리장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뉴스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이 식사 1시간 전쯤 나타나 음식들을 일일이 맛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호화로운 성찬(luxury cuisine)을 즐겼다”며 “철갑상어 알(캐비아)과 바닷가재 등 비싼 음식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리장은 “(김 위원장이) 식사나 각종 요리를 경험하는 것을 모두 즐겼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들이 북한에서 하노이까지 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들은 값비싼 일본 쇠고기(와규), 거위 간(푸아 그라), 인삼, 김치, 수정과 등 상당히 많은 식자재를 공수해 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북한 요리사들은 별말이 없었지만 매우 프로페셔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만찬 당시 주요리였던 등심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well-done)’ 고기를 원했고 김 위원장은 덜 익힌 고기를 선호했다. 당시 양념한 등심구이, 배속김치, 초콜릿 라바케이크, 수정과 등도 나왔다.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장소인 베트남의 향신료를 일부 음식에 가미하려 했다가 ‘신중한 검토’ 끝에 그냥 서양식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 오찬으로 거위 간과 은대구 요리를 준비했던 스마트 조리장은 “(회담 결렬로) 오찬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