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청문회, 왜 합니까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8 0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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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안낸다고 비난하더니 내로남불” 박영선 질타한 野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009년 9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부실 자료 제출’을 질타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에게 2252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박 후보자 측은 “자료 145건은 지나친 개인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금까지 이런 국회 인사청문회는 없었다. 건설적인 비판도, 납득할 만한 해명과 정책 제안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큰 규모의 인사인 ‘3·8 개각’으로 지명된 7명의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3월 27일 끝난 뒤 나온 평가다. 송곳 검증을 통해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이끌 주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제공하기는커녕 공방 끝에 후보자들에게 변명의 기회만 준 ‘면죄부 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럴 바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는 말도 들린다.



이날 열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유방암 수술 기록을 내놔라”(야당) “전립선암 수술 여부를 물으면 어떻겠느냐”(박 후보자)는 낯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박 후보자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국회 법사위원 시절 국가정보원의 사찰을 당했다”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법무부 차관 동영상을 얘기하며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등 청문회와는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회견을 갖고 “박영선 후보자는 청문회를 농락하지 말고 후보직을 사퇴하라”며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해 파행됐다.

후보자들 중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3월 26일 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우발적 충돌”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로 돌변했다. 금강산 피격사건 조사가 “통과의례”라던 입장은 “박왕자 씨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로 고쳤다. 하지만 왜 이런 말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 변명할 기회만 김 후보자에게 제공한 셈이 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세금 탈루 의혹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33억 원 시세차익’ 논란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철저한 검증 없이 후보자들의 사과와 해명만 넘쳐났다. 야당도 의혹의 실체를 파고들지 못하고 내내 무기력했다.

여야는 아직 단 한 명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낙마는 없다”는 분위기여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7명 전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 인사도 국무총리나 감사원장처럼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