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밴드’로 새 출발… 창피한 음악은 안 합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7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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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연습실에서 3월 25일 오후 만난 밴드 EOS(이오에스). 왼쪽부터 조삼희(기타), 김형중(보컬), 배영준(베이스기타).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돌아보면 1993년의 가요계는 파격적 실험의 용광로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015B, 노이즈…. 그중 테크노 록을 구사한 밴드 ‘EOS’는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에너지와 창의성이 돋보였다.

‘각자의 길’ ‘꿈 환상 그리고 착각’ ‘넌 남이 아냐’로 이름난 밴드 ‘EOS’가 돌아왔다. 원년 보컬 김형중만이 그대로다. 코나와 W의 리더인 배영준(베이스기타), 이승환 신승훈의 밴드 마스터 출신 조삼희(기타)가 새로 합류했다.



3월 25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연습실에 들어서자 여전한 미래적 사운드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3월 30일에 여는 단독 콘서트 연습 현장. 새 앨범 ‘Shall We Dance’에 담긴 ‘Skydive’ ‘잊혀진 스파이로 사는 법’…. 차갑게 내달리는 전자 비트 위로 뜨거운 네온 빛 목소리와 전기기타 연주가 이루는 조화가 신선했다. 방금 비밀의 공장에서 나온 로봇이 미래 도시를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김형중은 1990년대 EOS 해체 후 토이의 객원 가수로서, 또 솔로 가수로서 ‘좋은 사람’ ‘그랬나봐’를 히트시켰지만 “늘 밴드가 그리웠다”고 했다. 밴드명 한글 표기를 최근 ‘이오스’에서 ‘이오에스’로 바꾸며 EOS에 ‘Excuse Our Survival’이란 새 뜻을 담았다.

“우리 음악이 곧 우리 생존에 대한 변명이란 의미예요.”(배영준)


“어찌 보면 비장하고 어찌 보면 비굴하죠.”(김형중)

1990년대 첨단 밴드에서 2019년 ‘아재 밴드’로 거듭난 이들의 자조와 자부심이 고루 담긴 작명이다. ‘잊혀진 스파이로 사는 법’의 뮤직비디오도 상징적이다. 영상에서 김형중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인파 사이에 서 있다.

“행인들이 모르도록 망원렌즈 카메라를 50m 정도 떨어뜨려 설치했어요. 스스로 한때는 화려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스파이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김형중)

씁쓸할 일은 없다.

“돈을 덜 벌더라도 음악적으로 창피한 것만큼은 죽어도 싫어요.”(조삼희)


세 멤버는 이제 철저한 ‘인디’다. 음반사를 그들끼리 설립했다. 이름도 푸근한 ‘파자마공방’이다. 앞으로 코나, W의 음반도 여기서 낼 작정이다.

EOS는 다음 달 4월 27일 ‘이승환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1993년 ‘내일은 늦으리’ 이후 그들에게 가장 큰 무대가 될 것이다. EOS에 아직 ‘내일’은 늦지 않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